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Magazine > 스페셜 > 스페셜1
진행 중인 작품에 올인

<과속스캔들> <써니> <타짜-신의 손> 이안나 프로듀서

<타짜-신의 손>(2014) 기획, 프로듀서 <써니>(2011) 기획, 프로듀서 <과속스캔들>(2008) 기획, 프로듀서 <어느날 갑자기>(2006) 라인 프로듀서 <가발>(2005) 라인 프로듀서 <분신사바>(2004) 제작부장 <그녀를 믿지 마세요>(2004) 제작부장 <폰>(2002) 제작부 <취화선>(2002) 제작부

이안나 프로듀서와 함께하지 않으면 안 하겠다.” 강형철 감독이 이안나 프로듀서를 끔찍이 챙기는 건 충무로에서 꽤나 유명한 사실이다. 아이템을 개발하고, 프로덕션을 진행하고, 심지어 해외 영화제를 갈 때도 둘은 함께한다. “연인이 아니냐”라는 오해의 시선이 많은 것도 그래서다. 하지만 이안나 프로듀서는 절대 그런 사이가 아니며, 그보다 더 진한 사이라고 한다. “오해들을 많이 하시는데 강 감독님이 그런 얘기를 하신 적 있다. ‘우리는 더 진해, 남매잖아.’ (웃음)” <과속스캔들>부터 <써니>, 최근의 <타짜-신의 손>까지 강형철 감독의 모든 작품에는 이안나라는 든든한 조력자가 있었다.

태흥영화사 최초의 공채 여성 제작부. 그녀의 첫 충무로 경력은 임권택 감독의 <취화선> 제작부였다. 용인대학교 영화영상학과에서 연출을 전공하던 그가 대학교 3학년 때 태흥영화사가 처음으로 여성 제작부를 모집하는 공채에 지원을 했다. 그전까지 임권택 감독의 영화에서 여성 제작부는 단 한명도 없었다. 공채는 필기시험과 면접으로 이루어졌다. 필기시험은 밤 12시에 병아리가 필요한데 어디서, 어떻게 구할 것인가, 촬영 때문에 제주도를 가야 하는데 최소 비용으로 갈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가 같은 제작부 일과 관련한 문제가 대부분이었으며, 마지막 문제만 제50회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작품 이름을 대는 상식 문제였다. 원래 전공이 연출이었고, 영화판에 인맥도 없었으며, 공부와 거리가 멀었던 그녀에게 생소하고 어려운 문제였다고 한다. “엉망진창으로 써내려갔다. 마지막 문제는 생각이 잘 나지 않아 <춘향뎐>(1999)이라고 썼다. (웃음)” 다행스럽게도 면접에서 “밤을 샐 수 있고, 외박이 가능한 유일한 사람”이라는 점을 높이 평가받아 <취화선>에 참여할 수 있었다. “나중에 임권택 감독님께서 ‘나를 황금종려상 수상자로 만든 사람이 너냐’고 말씀하시고. (웃음)”

여느 제작부 막내가 그렇듯이 <취화선> 때 그녀는 제작 진행과 관련한 모든 일을 도맡았다. “버스 선장”으로서 매일 촬영버스에 타는 사람을 체크하고, 차 안에서는 임권택 감독, 정일성 촬영감독, 김동호 조명감독 등 어르신들의 말동무가 되어드렸으며, 현장 청소도 직접 했다. 지방 촬영 때는 아침마다 일일이 방을 찾아다니면서 스탭들의 모닝콜이 되어주기도 했고, 현장에 컴퓨터가 없었던 탓에 약도도 손으로 직접 그렸다. “가라니까 가고, 오라니까 오고. 뭘 하는지 잘 몰랐지만 어린 나이에 일이 재미있었던 것 같다. (웃음)” 엉뚱했지만 성실하고 끈기가 넘쳤던 모양이다.

<취화선>이 끝난 뒤 그녀는 제작부를 계속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잠깐 방황하던 시기도 있었지만, 곧바로 안병기 감독의 <폰> 제작부로 합류했다. 그게 <분신사바> <어느날 갑자기> <과속스캔들> <써니> 등 여러 작품을 하게 된 제작사 토일렛픽쳐스와의 첫 인연이었다. 토일렛픽쳐스에서 작업하다가도 원신연 감독의 <가발>이나 배형준 감독의 <그녀를 믿지 마세요> 같은 작품에 참여하기도 했다. 대학 동기인 강형철 감독과 다시 만나게 된 건 안병기 감독의 <아파트>를 하고 있을 때였다. “대학 동기 결혼식에서 만났다. 강 감독님이 ‘아직까지 영화 일을 하고 있는 사람은 너 혼자구나. 시나리오를 썼는데 읽어봐달라’고 말하더라. 오빠, 나 PD도 아니야, 그랬다. (웃음) ” 안병기 대표와 당시 사무실에 있었던 프로듀서가 그 시나리오를 재미있게 읽었고, 강형철 감독과 작가 계약을 했다. 물론 여러 이유 때문에 그 시나리오를 진행할 수 없게 됐지만 말이다. 그때 이안나 프로듀서와 강형철 감독이 배수진을 치고 아이템을 개발했던 프로젝트가 <과속스캔들>이었다(당시 제목은 <과속 삼대>). <과속스캔들>은 강형철 감독과 이안나 프로듀서, 두 사람이 아이템 개발부터 펀딩, 캐스팅, 프리 프로덕션, 프로덕션, 상영, 블루레이 제작까지 영화의 전 공정을 책임지고 진행한, 첫 번째 프로젝트였다. 이후 <써니> <타짜-신의 손> 모두 그런 방식으로 진행됐다.

“기획 능력이 좋고, 아이디어가 풍부하다.” 충무로의 많은 사람들이 평가하는 대로 그녀는 현장 프로듀서 출신으로선 드물게 기획 능력까지 갖췄다. 앞에서 짧게 언급했듯이 <과속스캔들> <써니> <타짜-신의 손> 등 맡았던 모든 영화의 전 공정을 직접 책임지고 진행했던 덕분이다. 그게 다른 사람이 개발한 프로젝트에 합류하는 여느 프로듀서와의 큰 차이다. “한 작품에 올인하는 스타일이다. 아이디어가 생각날 때마다 감독에게 전화해서 알려주고. 한 작품에 쏟는 시간이 많아 남들에 비해 작품 수가 많진 않다”는 게 그녀의 설명이다.

매 작품 자신감이 넘쳤던 그녀지만, <타짜-신의 손>은 여러모로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전작들에 비해 예산이 큰 작품이었던 데다가 새로운 장르였으며, 촬영이 100회차가 넘었다. 그러다보니 변수가 많이 생겼고, “하나씩 해결하다보니 어느새 영화가 끝난 것”이다. “끝나고 난 뒤 생각해보니 놓쳤던 부분이 많구나 싶었다. 그래서 1년 가까이 놀았고, 많이 회복됐다.” 현재 이안나 프로듀서는 ‘다 놀았다’. 강형철 감독의 신작과 자신의 아이템을 준비하고 있다. “사람들이 이런 질문을 많이 한다. 왜 영화사를 차리지 않냐고. 제의도 많이 들어오고. 남들처럼 마음이 흔들린다. 하지만 초조해하지 않고 오랫동안 영화를 만들고 싶다. 그러려면 하고 싶은 영화를 해야 한다. 당분간은 지금처럼 해온 대로 해나갈 생각이다.”

여행

“올해 베트남, 캄보디아, 타이 그리고 캐나다를 다녀왔다. 여행을 좋아하는 이유는 초조함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이야기도 나오고, 세상이 열리는 것 같다. 삶도, 영화도, 여행처럼 하는 게 내 목표다.”

관련영화

관련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