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소리가 울리더니 경 읽는 소리가 요란하다. 관 속에서 벌떡 몸을 일으켜세우는 이, 사도(유아인)다. 칼을 빼든 사도가 향하는 곳은 아버지 영조(송강호)가 있는 경희궁. 아버지를 향해 칼끝을 겨누던 사도와 함께 <사도>가 시작된다. 1762년 7월4일 영조가 사도를 뒤주에 가둔다. 세자가 궁궐 후원에 무덤을 파고 관을 짜고 자신을 죽이려고 했다는 게 영조의 이유다. 사도가 들어간 뒤주에 직접 못을 박던 노인 영조의 얼굴이 어느새 40대의 영조 얼굴로 오버랩된다. 어린 사도를 보며 흐뭇해하는 아버지의 자애로운 얼굴이다. 뒤늦게 얻은 아들 사도는 영조에게 기쁨 그 자체였다. 그런 사도는 어째서 아버지의 증오와 분노의 대상이 되었을까. 이 궁금증을 안고 <사도>는 사도가 뒤주에 갇혀 죽게 된 연유를 좇는다. 이때 영화는 영조에서 사도 그리고 정조로 이어지는 삼대의 서사에 초점을 맞춘다.
영화는 사도가 뒤주에 갇혀 있던 8일간의 시간을 영화의 현재 시점으로 삼고 있다. 그리고 영조와 사도의 과거를 플래시백으로 오간다. 그사이 부자의 관계는 악화되고 극에는 긴장감이 생긴다. 송강호와 유아인은 영조와 사도라는 강렬한 역사적 캐릭터에 매몰되지 않고 자신의 기운을 고스란히 발산한다. 한 인간의 비극적 죽음에 관한 서사라는 점에서 <사도>는 감독의 전작들에 비해 유희와 해학의 정서를 한껏 걷어냈다. 대신 서로 좋았던 때의 영조와 사도가 보여주는 인간 본연의 천진한 얼굴이나 인물들이 구사하는 입말이 만드는 경쾌한 무드가 있다. 전통악기인 생황, 북, 징을 뒤섞고 도교의 경구를 얹어 만든 음악 역시 극적 긴장을 잘 살려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