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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인] 소년에서 소년으로

<사도> 유아인

“나는 젊은이들, 특히나 십대들 편이고 싶으니까.” 마주 앉은 유아인은 해사하게 웃으며 젊음을 지지한다 말한다. 단순히 나이의 많고 적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그는 “튕겨져 나오고 일그러지고 부서질 수 있는 것이야말로 무결한 상태”(<씨네21> 824호)라고 말해왔고 그 무결이 더이상 불가능해졌을 때를 이르러 나이듦이라고 생각해왔으니까. 그러니 세상과 적당히 타협하며 살기를 경계하는 태도야말로 유아인에게는 청춘과 젊음의 이음동의어이리라. 올해 서른이 된 그가 이십대의 마지막 한해를 온전히 쏟아가며 만든 TV드라마 <밀회>(2014), 영화 <베테랑>(2015)과 <사도>(2014)를 세상에 내보이며 되짚었을 생각이기도 하다. “이십대에 대한 미련과 아쉬움이 있지만 그 안에서 얻은 최대치의 행운이 이번 작품들인 것 같다.”

유아인은 자신이 완성하고자 하는 커다란 그림의 퍼즐 앞에 서 있다. 그런 그에게 <밀회>의 선재는 “내가 가진 소년성의 엑기스다. 지금도 가끔씩 <밀회>를 꺼내본다”고 스스로 말할 만큼 더없이 흡족한 조각이었다. <밀회> 이전, 영화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2006), <완득이>(2011), <깡철이>(2013)에서도 유아인은 자신이 연기한 소년들(혹은 청년들), 너무도 순순하여 가엽기까지 한 그 소년들을 기꺼이 껴안아왔다. 어쩌면 <사도>에서 그가 맡은 사도는 유아인이 빚어온 애처로운 소년들이 고전극 속으로 뛰어들어가 완성해낸 인물일지도 모른다. “사도는 내가 가진 어둠의 엑기스다. 이십대의 내가 표현해온 캐릭터들의 업그레이드 버전일 수도 있고. 소년이 수염이 난 거다. (웃음) 어쩌면 끊임없이 <밀회>와 <사도>를 향해 걸어온 게 아닐까 싶다. 특히 <사도>는 내가 연기하기 좋아하는 유의, 내 취향의 이야기다.” 그의 마음을 흔들어 깨운 이야기란 결국 비극이었다. “영화를 통해 내 안의 어둠을 끄집어내 보이는 걸 아주 좋아한다. 이면에 어둠을 간직한 인물들을 연기해왔지만 사도처럼 대놓고 비극의 주인공인 적은 없었다.” <밀회>와 <베테랑>을 오가는 틈 없는 와중에도 <사도>에 합류하기를 바랐던 이유다. 유아인은 애틋하게 고이 기억하고 싶었던 자신의 이십대의 마지막 퍼즐을 사도로 채워 넣었다.

아버지 영조와의 정치적, 인간적 갈등으로 뒤주에 갇혀 죽음을 맞이한 인물이 사도다. 영조와 사도 그리고 정조까지의 역사를 바라보는 <사도>의 시각은 당쟁의 소용돌이로부터는 조금 비켜서 있다. 대신 아버지와 아들간의 숙명과 운명의 대결에 비극의 실체를 정박시켰다. “천륜이라는 벗어날 수 없는 숙명 속에서 사도도 일정 부분 희생양이었을 거다. ‘허공으로 날아간 저 화살이 얼마나 떳떳하냐’는 사도의 말이 이 영화의 핵심 같다. 화살은 날아가 꽂혀야 할 정해진 과녁이 있지만 사도는 허공으로 날아간 화살을 바라보고 있잖나. 숙명 속에서도 운명을 거부해보려는 그의 마음에 집중했다.” 사도라는 인물을 입체적으로 보이게 하기 위해 그는 인물의 성격에 강약을 조절했다. “원래는 지금보다 훨씬 더 강하게 사도를 그리고 싶었다. 아주 꼿꼿하고 강직해서 결국에는 부러진 사람. 그런데 어쩌면 그는 유약했기에 광증을 보인 건지도 모른다. ‘어쨌든 네가 선택한 것 아니냐’며 개인의 선택의 문제로 돌리려는 사람들에서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걸 보여줘야 했다.”

그러니 <밀회>와 <사도> 사이, <베테랑>에서의 재벌 3세 조태오라는 조각이야말로 유아인에게는 예외였다. “번외편이랄까. 앞으로만 걷다가 (다리를 벌리며) 옆으로 훅 다리를 찢어본? 어? 이렇게도 찢어지네. (웃음) 되게 좋더라. <베테랑>이 없었다면 연기의 진폭이 좁아졌을 거다.” 그런 만큼 한편에는 고민도 생겼다. “예전에는 영화를 대하는 내 감상이 중요했는데 요즘은 대중의 눈치를 많이 본다. 사실 난 일상적인 인물들을 연기하길 좋아하는데 그럼 어떻게 내 연기를 이어나가야 할까. (내 연기의) 판을 최대한 크게 벌여 영화를 보러 오신 관객을 다 끌어안고 싶은데 그러면서도 나를 어떻게 지켜나가야 할까.” 어쩌면 유아인은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의 마지막 장면에서 그가 받아든 질문, ‘훌륭한 소년이 될 거예요?’에 대한 자기 식의 대답을 찾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실제의 내가 그 대사를 염두에 두고 산다. 어떻게든 소년이겠다고 바락바락, 훌륭하기까지 하겠다고 아득바득. 나는 마초가 너무도 싫으니까. 나이 드는 것과 별개로 내 안의 소년은 아주 잘 지켜지고 있으니까. 배우로서, 사람으로서 그런 내 선의를 좀더 인정받고 싶기도 하다.” 유아인은 진짜이고 싶고, 진실하고 싶다. 영화 안에서, 영화로서. 그는 그렇게 자신을 증명해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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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일리스트 지상은 실장·메이크업 전미연 원장(드엔)·헤어 이일중 실장 의상협찬 준지, 생로랑, 마틴마르지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