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식인종>이라는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팀이 우크라이나의 시골 마을로 향한다. 20세기 초에 벌어진 최악의 대기근 당시 인육을 먹으며 살아남았던 마을 사람들을 취재하기 위해서이다. 다행히 취재는 순조로운 듯 보였으나 주인공 일행이 악명 높은 살인자가 지냈던 오두막에서 하룻밤을 묵으며 사건이 벌어진다. 스탭들이 장난 삼아 악령을 불러내는 의식을 치르고 만 것이다. 이날부터 사람들의 몸에 정체 모를 상처가 생기는 초자연적인 일이 일어나고, 이들의 목숨 역시 위험에 처한다.
체코 출신의 페트르 야클 감독이 연출한 <구울>은 이제는 더이상 새롭지 않은 파운드 푸티지 화법을 이용한 공포영화이다. <구울>을 본 관객이라면 누구나 느낄 수 있는 문제 중 가장 심각한 게 영화가 별로 무섭지 않다는 것이다. 물론 <블레어 윗치>(1999), <파라노말 액티비티>(2007) 같은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파운드 푸티지 화법을 이용해도 얼마든지 무서운 순간을 만들어 낼 수 있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그렇지 않다. 멀미가 일어날 것 같은 흔들리는 화면, 긴급한 순간마다 주인공의 입을 통해 직접 흘러나오는 눈치 없는 대사(“어떻게 이게 가능하죠?”), 그리고 다음 상황을 통째로 예상할 수 있는 전형적인 전개로 인해 공포 대신 지루함만을 안겨준다(적극적인 관객이라면 지루해하는 대신 즐겁게 웃는 쪽을 택할 수도 있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구울>은 유행처럼 번졌던 파운드 푸티지 화법을 이용한 저예산 호러영화의 또 다른 실패 사례를 남겼다는 점에서 조그마한 존재 의의를 찾을 수 있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