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동서대학교 영화과는 2000년 신설된 이래 15년간 참으로 파란만장한 시간을 보냈다. 디지털영상매스컴학부 내 영화과로 처음 문을 연 이래 값진 성과들을 마주했다. 특히 2008년 임권택영화예술대학이라는 단과대학에 연기과, 뮤지컬과와 함께 속하게 되고, 2012년 전국 예술 분야 대학 가운데서 유일하게 교육부의 산업단지 캠퍼스 조성사업에 선정돼 센텀시티 산업단지 한가운데로 공간을 옮기면서 변화의 폭은 해를 거듭할수록 크게 불어났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의 전당, 영상물등급위원회 등을 지척에 둔 ‘영화적인’ 위치는 바로 올해 디지털콘텐츠학부와 통합돼 다시 한번 거듭난 임권택영화영상예술대학의 가치를 빛내고 있다.
임권택영화영상예술대학은 한국을 대표하는 영화감독 임권택의 이름을 빌려 설립됐지만 “임권택 감독의 예술을 계승하자”고 외치지 않는다. 다만 한평생 102편의 영화를 연출해내고, 세계적으로 한국영화의 미학을 널리 알린 그의 에너지가 학교에 서려 있다는 것만으로도 학생들에겐 든든한 자부심을 안긴다. 임권택 감독이 1년에 한두번 학교를 찾아 진행하는 마스터클래스 자리가 늘 배움을 향한 열기로 가득 메워진다는 사실은, 평소에는 눈에 띄지 않는 그의 존재감이 임권택영화영상예술대학을 이끌어가고 있음을 증명하는 지표일 것이다. 어눌하되 매 순간 신념에 찬 목소리로 자신의 연출론을 전하는 거장 앞에서 학생들은 그 어느 때보다 밝은 눈과 귀를 하고 그 귀한 지혜를 따라간다. 이런 열정을 이어나가고자 이번 가을학기부터 영화감독이자 90년대 임권택 감독의 연출부를 지낸 김대승 교수가 ‘임권택의 영화 세계’ 수업을 시작한다. 수강신청자들이 구름처럼 몰려든 건 물론이다.
전국 4년제 대학교 가운데에서 장편영화 제작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곳은 임권택영화영상예술대학 영화과가 유일하다. 시작은 장편영화 제작 가능성을 시험한 옴니버스영화 <등신들>(2011)이었다. 그 작품에서 장편을 연출할 수 있는 기량을 증명한 김병준 감독은 <개똥이>를 제작해 2012년 부산국제영화제의 ‘한국영화의 오늘-비전’ 부문에 상영되는 쾌거를 이루었다. 그리고 이듬해 서호빈 감독의 <못> 역시 같은 부문에 연이어 상영되면서 장편영화 제작 프로젝트는 일찌감치 임권택영화영상예술대학의 민첩한 추진력을 증명했다. 성과는 금세 더 나은 환경을 불러왔다. 산업단지 캠퍼스 사업비 등 지원금에 힘입어 보다 넉넉한 상황에서 임권택영화영상예술대학의 필모그래피를 채워나가는 체제를 마련할 수 있었다. 올해도 희소식은 끊이지 않았다. 지난해 만든 김결 감독의 <프란시스의 밀실>과 김병준 감독의 신작 <소시민>이 각각 영화진흥위원회 후반작업지원, 부산영상위원회 시나리오 공모전 우승을 거머쥐었다. 임권택영화영상예술대학은 이런 도약에 멈추지 않고, 내년엔 멀티플렉스에서 상업영화들과 겨룰 만한 대중적인 작품을 제작해 흥행을 거두는 목표까지 세워놓고 있다.
교육 시설 또한 임권택영화영상예술대학이 내세우는 또 다른 자랑거리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교육부 특성화 사업과 동서대학교의 아낌없는 지원이 있기에 가능한 시설은 자타 공인 국내 최고 수준이다. 신종 카메라인 레드 스칼렛을 비롯한 카메라와 조명 장치, 산업 현장에 투입돼도 손색이 없을 편집실과 녹음실을 갖추고 있어 기획에서 후반작업까지 모두 해낼 수 있는 원스톱 시스템을 갖추었다. 편집실에 구비된 최신형 매킨토시에는 모두 파이널컷과 프로툴이 내장돼 있어 영화 산업에서 가장 필수적인 기술로 언급되는 DCP 공정을 익힐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연기과와 뮤지컬과는 1074명을 수용하는 소향뮤지컬시어터를 활용해 실전에서의 감각을 체험한다. 특히 뮤지컬과가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에서 연이어 큰 상을 받아왔던 비결도 소향뮤지컬시어터를 통해 일찌감치 무대 감각을 경험한 데 있을 것이다. 이와 더불어 뮤지컬과는 반드시 향후 수입을 만들어야 하는 조건으로 마련된 산업단지 캠퍼스 지원금으로 구입한 이동식 조명 세트로 외부 사업을 시작해 부가적인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임권택영화예술대학이었던 학교는 디지털콘텐츠학부와 통합돼 이름에 ‘영상’이라는 키워드를 덧붙였다. 게임 테크놀로지, 게임 아트, 비주얼 이펙트(VFX), 3D애니메이션 등 4개 트랙으로 구성된 학부가 더해지면서 임권택영화영상예술대학에는 자연히 새로운 변화가 요구됐다. TV와 웹드라마의 약진이 전통적인 영화의 한계를 되묻고 있는 시점, 누구나 스마트폰 하나로 영화를 만들어낼 수 있는 시대, 기존의 영화예술과 디지털콘텐츠학부의 영상 산업을 접목시켜 영화의 미래를 내다봐야 하는 상황이다. 영화와 가장 밀접해 보이는 VFX 트랙의 기술을 빌려오는 것은 물론, 게임과 애니메이션 트랙의 원 소스 멀티유즈를 통한 스토리텔링을 시나리오 작업에 적용시키는 것까지 고민 중이다. 디지털콘텐츠학부와의 만남이 이제 막 첫걸음을 뗀 시점이라 아직 거창한 ‘작품’을 제시하기는 어렵지만, (장편 프로젝트와 더불어) 매해 제작하는 영화과 졸업작품에 VFX를 접목시켜 이제까지와는 다른 결과물을 선보일 예정이다. 일상의 소소한 드라마를 구현하는 데 만족했던 학생 영화의 경향에 진일보한 표준을 보여줄 수 있을까? 임권택영화영상예술대학은 수년 내 스스로의 힘으로 번듯한 판타지영화를 제작하겠다는 포부를 드러낸다.
많은 영화과가 앞다투어 실질적인 영화제작 가능성에 대한 집중을 자랑하는 때, 임권택영화영상예술대학은 도리어 인문학을 강조한다. 2학년 1학기를 지날 때까지는 기술 교육은 일체 배제하는 방침은 그 의지가 엿보이는 지점이다. 지양의 이유는 간단하다. 기본적인 소양이 자리잡지 않은 상태에서 카메라를 조작하면 괜한 기교만 늘지 그 이상으로 나아가지 못한다는 걸 이미 많이 목격해왔기 때문이다. 그런 뜻에서 임권택영화영상예술대학은 ‘영화로 배우는 인문학’ 수업을 개설해 학생들을 교실로 다시 불러모으고 있다. 학과의 모든 교수가 철학, 정신분석학, 역사, 문학의 틀로 영화를 어떻게 봐야 할지 가르치는 수업은, 교수부터 전공 이외의 것을 공부해야 하기 때문에 다른 수업보다 더 많은 수고가 따르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영화의 교육적인 가치를 굳게 믿고 있기 때문에 고생은 가볍게 감수하겠다는 의지가 완연하다. “임권택영화영상예술대학은 영화를 찍어내는 공장이 아닙니다. 영화과에서 인문학을 가르치는 이유는 명백합니다. 인간을 바로 볼 줄 알아야 좋은 영화를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영화과 손현석 책임교수의 말이다.
동서대학교 임권택영화예술대학은 2016학년도 수시모집에서 총 161명(영화과 24명, 뮤지컬과 19명, 연기과 18명, 디지털콘텐츠학부 100명)의 신입생을 모집한다. 수시에서 최종 입학정원의 과반수 이상을 뽑기 때문에 뜻이 있는 학생들은 수시모집을 눈여겨보자. 서류 합격자는 영화과와 디지털콘텐츠학부는 면접고사만을, 뮤지컬과와 연기과는 실기고사와 함께 면접고사까지 치러야 한다. 원서접수는 9월9일(수)에서 15일(화)까지. 실기고사는 10월24일(토)과 25일(일)에, 면접고사는 11월 중순에 실시한다. 전형에 따라 일정이 상이하니 자세한 사항은 동서대학교 입학정보 홈페이지(http://ipsi.dongseo.ac.kr/ipsi/)를 참조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