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을 배경으로 했다는 영화나 미국 드라마를 접하다 보면 한숨이 나올 때가 많다. 아무리 봐도 뉴욕 같지 않은데 옐로캡(노란 택시) 하나 가져다놓고 뉴욕이란다. 그런데 오랜만에 진짜 뉴욕을 보여주는 TV시리즈가 등장했다. 현재 케이블 채널 <USA 네트워크>에서 방영 중인 <미스터 로봇>이다. 이 작품에서 뉴욕은 하나의 중요한 캐릭터로 등장한다. 마틴 스코시즈 감독의 <택시 드라이버>에서나 볼 수 있었던 ‘착하지 않은’, ‘위협적인’, ‘콘크리트 정글’ 같은 뉴욕 말이다.
<미스터 로봇>의 주인공은 컴퓨터 프로그래머이자 해커인 엘리엇(레미 맬렉). 낮에는 사이버 보안팀의 엔지니어로 근무하고 밤에는 해커로 돌변하는 엘리엇이 ‘F소사이어티’라는 해커 집단과 함께 대기업을 상대로 사이버 전쟁을 시작한다. 엘리엇은 언뜻 전형적인 밀레니엄 세대로 보이지만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거의 모든 생각을 보이스오버 형식으로 전달한다. 이런 그의 모습에서 <택시 드라이버>의 주인공 트래비스와 대런 애로노프스키 감독의 <파이>의 주인공 맥시밀리언의 모습도 찾을 수 있다. 뉴욕을 제6의 캐릭터로 그렸다는 시리즈의 크리에이터 샘 에스마일은 본래 <미스터 로봇>을 영화로 만들 생각이었지만 우여곡절 끝에 TV시리즈로 제작하게 됐다고 한다. 이같은 그의 결정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것은 빈스 길리건이 연출한 TV시리즈 <브레이킹 배드>였다. 에스마일은 <미스터 로봇>의 스토리라인을 하나의 영화처럼 편성해 시리즈를 제작하고 있다고 밝혔다. 따라서 시즌1은 영화로 보자면 첫 30분 정도의 1막(Act1)으로 생각하면 된다고. 에스마일은 “시즌2부터 ‘진짜 이야기’가 전개된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미스터 로봇>은 실제 방영 시작일인 6월24일보다 1개월 먼저 VOD를 통해 공개돼 시청자들의 관심을 모으는 데 성공했다. 영화 정보•평점 사이트인 ‘로튼토마토’에서 97%의 신선도를 기록했으며, 영화 평점 사이트인 ‘메타크리틱’에서도 100점 만점에 79점을 기록했다. <USA 네트워크>는 첫 에피소드를 방영하기도 전에 <미스터 로봇>의 시즌2 방영을 확정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