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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인정신, 예술로 화하다
이주현 2015-07-08

아드만 스튜디오의 장인정신

<숀더쉽> 제작과정.

감각의 지평을 확장시켜주는 영화와 그런 영화에 열광하는 사람들이 극장가를 점령한 시대에 영국의 클레이애니메이션 스튜디오 아드만의 존재는 더욱 각별해 보인다. 일찌감치 디지털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디지털 작업에 뛰어든 전통의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들이 메인스트림을 접수한 상황에서 아드만 스튜디오는 여전히 수작업으로 캐릭터를 빚어내는 노고를 감당하고 있다. 장인의 손길이 장면장면 스며든 <숀더쉽>은 아드만 스튜디오의 고집스런 작업방식이 왜 현재에도 유효한지를 증명해주는 작품이다. <월레스와 그로밋>(1992), <치킨 런>(2000)에서 우리가 느꼈던 그대로, <숀더쉽>의 캐릭터들은 생생한 질감을 갖고 있다. 영화를 보는 내내 ‘만지고 싶다’는 생각을 품게 하는, 촉각을 자극하는 영화가 바로 아드만 스튜디오의 작품이다. 한없이 실사에 가까운 그림에 입체감을 부여한 3D애니메이션 역시 스크린으로 손을 뻗게 만드는 마법을 부리곤 하지만, 기본적으로 스톱모션애니메이션은 사람의 손을 탄 캐릭터 인형이 움직인다는 점에서 더욱 생생한 실감을 전한다.

<숀더쉽> 제작과정.

<숀더쉽>이 더욱 반가운 것은, 스톱모션 클레이 애니메이션의 명가로서 자존심을 구겨야 했던 지난 몇년의 세월 때문이기도 하다. <월레스와 그로밋: 거대 토끼의 저주>(2005)의 흥행 실패 이후 아드만 스튜디오는 CG애니메이션 <플러쉬>(2006)와 3D애니메이션 <아더 크리스마스>(2011)를 선보였다. 결과는 좋지 않았다. 다시 클레이애니메이션으로 선회해 <허당 해적단>(2012)을 선보인 아드만 스튜디오는 <숀더쉽>을 통해 확실히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올린 듯 보인다. 점성이 있는 점토 재료로 캐릭터 형상을 만든 뒤, 메커닉 장치로 움직임을 부여해 한 장면 한 장면 촬영하는 클레이애니메이션은 작업방식의 특성상 많은 시간과 정성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스탭들에게도 “놀라운 인내심을 필요로 하는 작업”이다. “일반 장편애니메이션 스탭으로는 적은 인원인 100명이 채 되지 않는 스탭이 투입돼 <숀더쉽>을 완성했다. 20~30명의 애니메이터들은 주당 40~50숏의 양을 작업해야 했는데, 그걸 시간으로 계산하면 일주일에 2분30초 정도의 분량을 만든 셈이다. 우리에겐 엄청난 작업분량이다.” <숀더쉽>의 리드 애니메이터 빌 베처의 설명이다.

<숀더쉽> 제작과정.

아드만 스튜디오의 클레이애니메이션을 보고나면 장인이라고 불러도 손색없는 스탭들의 노고를 생각하게 된다. 제작과정에 투입된 땀, 그 땀에 대한 존경이 더해져 영화의 감흥이 완성된다. 전성기 시절의 아드만 스튜디오를 떠올리게 하는 <숀더쉽>의 감흥 또한 그렇게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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