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해외배급 대행 업체인 `씨네클릭아시아'의 서영주(33)이사는 국내 영화계에서 `해외 마당발'로 꼽힌다. 그녀의 수첩에는 미국 뿐아니라 홍콩, 일본 등 세계 각국 바이어들의 리스트가 빼곡히 차 있다. 일 년의 삼분의 일 이상을 해외에서 보내는 것 쯤은 예사다. 매년 상반기에 열리는 베를린영화제와 아메리칸필름마켓(AFM)을 시작으로 칸영화제, 밀라노 견본시, 홍콩필림마트까지 출장을 갔다오면 일 년이 어느새 지나간다. "불과 몇 년 전만해도 해외 마켓에 나가면 다른 나라의 부스 한 켠에 자리를 잡고 한국 영화를 홍보했었어요. 그러다 지난 2000년 칸영화제에 임권택 감독의 <춘향뎐>과 <오!수정> <해피엔드> <박하사탕>등 우리 영화가 대거 진출하면서 인식이 바뀐 것 같아요. 작년 칸마켓에서 선보인 <친구>의 경우, 한국 영화로는 보기 드물게 해외 바이어들이 이 영화를 보기위해 길게 줄을 서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거든요" 서이사는 <조폭 마누라>가 한국 영화로는 처음으로 미국의 메이저 스튜디오인미라맥스에 리메이크 판권이 팔리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주인공. 최근엔 미국 MGM사와 <달마야 놀자>의 리메이크 판권 계약을 성사시키기도 했다. 물론 한국영화의 질적.양적 성장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지만 해외 바이어들과 `가교' 역할을 훌륭히 해냈던 그녀의 공로가 컸다고 영화 종사자들은 입을 모은다. "<조폭마누라>는 영화가 완성되기도 전부터 해외 바이어로부터 리메이크 판권계약 제의가 왔었죠. 그래서 개봉 전부터 `딜(Deal)'을 진행했고 개봉 일주일 만에계약을 완료했습니다. 당시에는 한국 영화가 한번도 할리우드에 리메이크 판권이 팔린 적이 없었기때문에 가격을 얼마나 불러야할지 난감하더라구요. 그래서 일본 영화 <링>이 100만달러에 리메이크 판권을 팔았다는 것을 알고 똑같은 조건을 제시했죠. 미라맥스측에서는 `비싸다'고 정색했지만 당시 이 영화를 사려는 회사들이 줄을 선상태였기 때문에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던 것 같아요. 이후 할리우드의 다른 영화사들로부터 `왜 먼저 영화를 보여주지 않았느냐'는 항의 메일이 쏟아졌습니다." 서이사는 "해외 바이어들이 한국 영화가 홍콩이나 일본 영화보다 아이디어가신선한 점을 높게 평가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화여대(경영학과 87학번)를 졸업한 뒤 음반 및 연예 매니지먼트 업계에 몸담아 왔던 그녀는 지난 98년 일신창업투자 해외팀을 거쳐 3년전 현재의 회사를 차렸다. 그간 해외 배급 업무 대행을 맡은 영화만 해도 <와니와 준하> <번지점프를 하다> <소름> <세기말> <박하사탕>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등 20여 편. 단기간 해외 어학 연수가 전부라지만 영어 실력 또한 수준급으로 소문나 있다. 그녀의 한국 영화 수출의 노하우가 궁금했다. "해외 비즈니스는 혼자서 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평소 해외 마켓에 나가 바이어나 프로듀서들과 얼굴을 익힌 뒤 꾸준히 친분과 신뢰를 쌓아 `친구'가 돼야하지요.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영화 그 자체인 것 같아요. 또 각 바이어들이 원하는 취향을 파악해 그 컨셉에 맞게 영화를 알리는 것도 중요합니다. <친구>의 경우 한국에서 <타이타닉>의 기록을 훨씬 뛰어넘는 흥행 성적을 올린 점을 집중 홍보했고, 차인표.김윤진씨가 주연한 <아이언팜>의 경우 두 배우가 이미 미국에서 알려져 있기 때문에 `배우 중심'으로 홍보 전략을 짤 계획입니다." 서이사는 줄줄이 잡혀있는 미팅때문에 정신이 없다며 바쁜 걸음을 재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