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승완 감독은 “당시 최민식, 류승범, 임원희와 함께 박찬욱 감독의 <삼인조>를 리메이크할 뻔했는데, 임원희가 정선경 역할을 맡을 수가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쓰카모토 신야의 <동경의 주먹>을 참 좋아해서 제목을 ‘서울의 주먹’이라고 지을까 생각하기도 했다”면서 “박찬욱 감독님은 ‘주먹 대장과 맷집왕’이라고 짓는 게 어떠냐고 제안하기도 하셨다. (웃음)”고 밝혔다.
류승범, 류승완 감독, 최민식, 김홍준 감독(왼쪽부터).
최민식은 “오늘 영화를 다시 보면서 10년 전 류승범의 주먹 맛이 다시 떠올랐다. (웃음)”고 고백했다. 류승범은 “당시엔 온몸에 힘이 들어가 있었던 것 같다. 그런 에너지가 상환이라는 캐릭터와 잘 맞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류승완 감독은 “<올드보이>를 찍은 뒤 최민식 선배는 액션영화가 싫다고 하셨다. 그래서 <주먹이 운다>는 스포츠영화라고 말하며 꼬셨다. (웃음)”고 떠올렸다. 최민식은 “복싱 선수가 되기 위해 촬영 전 서울체육고등학교에서 혹독하게 훈련했다. (류)승범이, (임)원희, (오)달수랑 줄넘기하고, 운동장 뛰고. 액션 신이 없는 달수는 왜 운동했냐고? 심심할까봐 같이 했다. (웃음)”고 말했다.
상환(류승범)의 아버지를 연기했던 배우 기주봉도 상영전을 찾았다.
“요즘 개봉했더라면 좋았을 텐데.”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관객과의 대화(GV) 진행을 맡은 김홍준 감독의 말대로 류승완 감독의 2005년작 <주먹이 운다>는 10년이 지난 지금도 관객의 가슴을 찡하게 건드렸다. 태식(최민식)과 상환(류승범) 두 남자의 애절한 사연이 나올 때마다 훌쩍이는 소리가 좌석 여기저기서 새나왔다. <주먹이 운다>가 지난 5월30일 한국영상자료원에서 뜻깊은 자리를 마련했다. 개봉 10주년을 기념해 4K 리마스터링 상영전을 가진 것. 영화를 제작한 용필름(당시 시오필름) 임승용 대표는 “필름으로 찍었던 까닭에 DCP(Digital Cinema Package)가 없어 개봉 10주년을 맞아 디지털 리마스터링 작업을 했다”고 말했다. 전철홍 작가, 조용규 촬영감독, 남나영 편집기사, 배우 기주봉, 당시 조감독이었던 한동욱 감독(<남자가 사랑할 때>) 등 10년 전 이 영화에 참여했던 제작진과 배우들이 상영전을 찾았다. 영화 상영이 끝난 뒤 류승완 감독, 최민식, 류승범 두 주연배우가 참석한 관객과의 대화는 화기애애했다. 류승완 감독은 “10년 전 이 영화를 만들었던 나 자신이 부럽다. 나이를 먹을수록 실험하려는 용기가 없어지지 않나” 하고 추억했다. 태식을 연기했던 최민식은 “태식과 상환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맞붙는 결승전 장면을 합 없이 찍는 게 출연 조건이었다”고 떠올렸다. 상환 역을 맡았던 류승범은 “최민식 선배와 함께 출연한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부담감이 컸지만, 말 그대로 좋은 의미의 부담감이었던 까닭에 선뜻 도전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블루레이 전문 제작사 플레인 아카이브는 <주먹이 운다> 블루레이 타이틀을 올해 가을 출시를 목표로 제작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