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현실(VR, Virtual Reality)은 개념인가? 테크놀로지인가? ‘가상현실’이란 단어는 종종 단어의 뜻을 이야기할 때와 그 뜻을 표현하는 특정 기술을 지칭할 때 혼용해서 사용하기도 한다. 우선 가상현실의 뜻은 ‘실제와 유사한 인공적인 환경’ 즉, 상상 속의 혹은 가짜의 공간을 지칭한다. 그렇다면 이러한 인공의 공간을 만들어내는 그래픽 혹은 촬영 기술이 존재할 것이다. 그 촬영 기술을 지칭할 때도 흔히 ‘가상현실’ 기법이라고 지칭한다. 마지막으로 특수촬영 기술로 찍어낸 영상 혹은 만들어낸 그래픽을 입체적으로 보이게끔 하는 영사 기술이 존재할 것이다. 즉, 평면이 아닌 360도 모든 방향을 한꺼번에 촬영할 수 있는 특수촬영 기법으로 찍은 360도 영상을 볼 수 있게 만드는 기술을 지칭할 때 역시 ‘가상현실’이라고 표현한다. 이러한 기술로 구현한 영상물이 게임과 영화에 상용될 날이 머지않은 것으로 보인다. VR 기술은 어디까지 진화했나. 그리고 앞으로 우리는 무엇을 경험하게 될 것인가 살펴보았다.
인류가 육체와 감각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도구를 사용하게 된 이후 문명사회가 도래하면서 우리 삶은 보다 윤택해졌다. 생존을 위해, 혹은 유희를 위해 진화하던 도구는 21세기에 이르러 현실세계 너머 가상의 현실, 즉 VR(Virtual Reality)을 만들어내기에 이르렀다. 조만간 사람들은 이 기술을 이용해 시공간의 한계마저 극복할지도 모른다. 대체 VR이 뭐기에 인간 조건의 해방을 운운하는 것인가. 이제 막 태동 단계에 들어선 VR이란 영상 기술에 왜 자본이 몰려들고 있는지, 그리고 이 기술은 앞으로 어떻게 현대인의 일상을 뒤흔들게 될 것인지 등 몇 가지 궁금증을 정리해봤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궁금한 것은 역시 영상 산업에 끼치는 영향일 것이다. 이를테면 2시간 동안 꼼짝없이 단체로 붙들려 있어야 하는 현재의 극장 관람 문화와 VR은 과연 어떤 방식으로 조우하게 될 것인가.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 멤버들의 내한에 모두가 혼을 뺏겨 있던 지난 4월17일, 마침 게임개발자포럼인 ‘유나이트서울2015’ 참석차 한국을 방문한 대표적 VR 기기 업체 오큘러스의 창립자 팔머 러키를 만나 어벤져스의 새 멤버 비전이 아니라 VR의 비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인간의 욕망이 발현된 최신 기술의 도달점이 과연 어디일지 함께 예측해보자.
Q1 VR이 가짜 현실을 진짜처럼 보여주는 방법은?
폴 버호벤 감독의 <토탈 리콜>(1990)의 첫 장면. 주인공 크웨이드(아놀드 슈워제네거)는 ‘리콜’이라는 가상여행 프로그램을 이용해 화성 여행의 추억을 뇌에 저장하려 한다. 실제로 경험해보지 않고도 그것을 진짜처럼 느끼게 해주는 것, 즉 가상현실(Virtual Reality)이 현실화되고 있다. 두개의 볼록렌즈가 달린 HMD(헤드마운트 디스플레이) 기기를 통해 360도로 촬영된 영상을 볼 수 있는 기술인 VR은 여러 대의 카메라를 동원해 사방을 촬영한 다음 그 영상을 이어붙여 우리가 실제 특정 공간에서 눈으로 바라보는 것과 흡사한 1인칭 시점의 영상을 제공한다. 사용자가 HMD 기기를 착용하고 사방으로 고개를 돌리면 공간감과 몰입감이 느껴지는 영상을 볼 수 있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VR은 양쪽 눈에 도달하는 시각 정보 차이를 이용해 입체감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고전적인 스테레오스코피 기술에서 출발한다. 3D영화를 보는 방식과 유사한 VR 역시 전에 없던 새로운 기술은 아니다. 1960년대부터 존재하고 있었지만 지금처럼 본격 상용화 단계에 이르지 못했던 이유는 헤드 트래킹(Head Tracking: 고개를 갑자기 돌렸을 때 눈앞에 펼쳐지는 360도 영상이 실제 시야의 이동속도에도 끊김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기술)이라는 핵심 기능을 무리 없이 구동할 만한 제반 기술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일례로 1995년에 게임회사 닌텐도에서 발매한 게임기 ‘버추얼 보이’의 경우 이미 20년 전에 가상현실 개념을 기반으로 만들어졌으나 바로 그 기술의 한계 때문에 크게 성공하지 못하고 잊혀진 바 있다.
최근에 VR이 다시 주목받게 된 것은 이제는 누구나 가지고 있는 스마트폰 등의 소형 기기와의 기술적 접점을 찾은 덕분이다. 360도 촬영 영상의 가장 큰 특징인 공간감과 몰입감을 제대로 구현할 환경이 조성된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서 말하는 몰입감이란 재미있는 영화를 볼 때 집중해서 빠져드는 느낌과는 차원이 다르다. VR은 기술적인 효과를 통해서 우리의 뇌가 어떤 상태에 이르러 있거나 혹은 어딘가에 위치해 있다고 착각에 빠져들게 만드는, 즉 뇌를 속이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기술이기 때문이다.
Q2 그렇다면 VR로 무엇을 봐야 재미있을까?
VR은 1인칭 시점의 360도 영상을 제공함으로써 특정장소에 가지 않고도 마치 그곳에 있는 듯한 생생한 현장감을 선사한다. 현재 많은 VR 영상 콘텐츠가 이에 착안, 항공촬영 영상이나 놀이기구 탑승 영상 등을 찍어 사용자에게 VR 영상의 매력이라 할 수 있는 공간감과 몰입감을 보다 효과적으로 전달하고자 한다. 한정된 프레임의 화면을 벗어나 사방 어디를 둘러봐도 영상이 흘러나오기 때문에 VR 영상 콘텐츠는 ‘본다’(Watching)는 의미보다는 ‘경험(Experience)한다’에 더 가깝다고 해야 할 것이다.
자동차 경주 대회나 스쿠버다이빙 등 일반적으로 경험하지 못하는 현장을 VR로 찍게 되면 사용자는 VR 영상을 보는 것만으로도 실제 그 행위를 하는 듯한 착각에 빠져들 수 있다. 특정 여행지의 풍경을 생생하게 경험할 수 있는 가상여행 프로그램은 조만간 생겨날 것이다. 공연 실황 영상을 VR로 본다면 TV를 통해 보던 것과는 차원이 다른 몰입감을 느끼게 될 것이다. 극장에서 보는 영화에도 VR이 적용된다면 앞으로는 좌석에 앉아서 보는 영화가 아니라 관객이 사방을 돌아다니며 보는 영화가 탄생할지도 모른다. 해외에서는 시위 현장을 VR로 촬영한 뒤 그곳에 없었던 사람들이 현장 분위기를 느끼고 동조할 수 있도록 VR 영상을 배포해 VR 저널리즘이라는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무엇보다 곧이어 등장하게 될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주목하고 있는 영상 콘텐츠가 가장 기대되는 부분이다. VR 버전의 <우리 결혼했어요> 프로그램이 런칭한다고 가정해보자. 그리고 출연자가 아이돌 가수라면?
Q3 지금 전세계에서 누가 VR 기술의 일인자인가?
지난해 페이스북이 VR 기기 제조사이자 업계 선두주자인 오큘러스사를 무려 20억달러(약 2조1400억원)에 달하는 거액을 들여 인수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VR 시장이 미래의 IT, 게임, 영상 산업 전반에 큰 영향을 끼칠 새로운 개척지로 떠오르게 됐다. 지금처럼 VR이 산업적인 측면에서 유례없이 각광받게 된 것도 불과 1~2년 사이에 벌어진 일이다. 가장 먼저 민감하게 반응하는 산업은 역시 게임 분야다. 오큘러스도 애초 게임 분야에 특화된 하드웨어 개발을 목적으로 ‘크레센트 베이’ 등의 기기 개발을 추진 중이었다. 오큘러스에 대항해 소니도 부랴부랴 자사의 게임기인 플레이스테이션과 호환이 가능한 VR 헤드셋 ‘프로젝트 모피어스’ 출시를 발표했고 게임회사 밸브는 HTC와 손을 잡고 게임 구동 전문 기기인 ‘바이브’를 출시할 계획이다.
하지만 오큘러스는 올해 초 삼성과 손을 잡은 뒤, 기존에 개발 중이었던 게임 기반의 기기보다 앞서 모바일 기반의 갤럭시 노트4 전용 VR 기기인 ‘기어VR’을 출시했다. 삼성은 오큘러스와 제휴를 맺으면서 VR 시장이 단순히 게임 산업에만 국한하지 않고 향후 영상 미디어 전반에서 새로운 흐름을 제시할 것이라 내다보고 모바일 기반 중심의 기기 개발을 먼저 꾀했다. PC나 게임기보다 그에 준하는 사양의 스마트폰이 훨씬 더 보급화되어 있는 상황이기 때문. 그래서 지금은 모바일 중심의 하드웨어 출시 경쟁이 불붙은 상황이다.
Q4 하드웨어는 갖춰졌지만 즐길 만한 콘텐츠가 없다?
현재 VR 기술을 가장 적극적으로 포용하고 있는 게임 산업에 이어 영화계에서도 시장 판도를 유심히 지켜보는 중이다. 올해 선댄스국제영화제에서는 뉴프런티어 부문에 별도 코너를 마련해 영화제 최초로 VR 시뮬레이터인 ‘버들리’(Birdly)를 소개하는 자리를 가졌다. 이는 오큘러스에서 개발한 기기인 오큘러스 리프트를 이용해 샌프란시스코 상공을 날아가는 체험을 할 수 있게 해주는 프로그램이었다. 당시 관객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오큘러스는 바로 이어서 지난 4월16일에 개막한 트라이베카필름영화제에서 자사가 제작한 단편영화 <클라우드>를 처음으로 소개하기도 했다. 물론 VR을 가장 주목하고 있는 분야는 게임 산업이지만 영상 미디어 매체의 변화에 민감한 영화계로서는 VR의 진화를 이제 더는 우습게 볼 수 없는 상황에 놓였다. 그런데 이미 할리우드는 VR에 대응 중이다.
<월스트리트 저널>에 따르면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은 버추얼리얼리티컴퍼니(VRC)를 설립해 리들리 스콧 감독과 손잡고 VR 콘텐츠 제작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계획을 발표했다. 가장 발빠르게 실제 콘텐츠를 내놓은 사례는 영화 <인서전트>를 들 수 있다. <인서전트>는 VR 체험 영상 및 애플리케이션을 제작해 관객이 영화의 기본 설정을 이해하고 몸소 체험할 수 있는 VR 예고편을 무료로 배포했다. 이 밖에 폭스 서치라이트는 영화 <와일드>의 특정장면을 VR로 촬영해서 VR 시네마로서의 가능성을 타진한 바 있다. 웨타 디지털에서는 <호빗> 시리즈의 스마우그를 이용한 새로운 VR 콘텐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Q5 국내에도 VR 영상 제작 사례가 있나?
국내에도 단편영화의 경우, VR로 촬영한 사례가 있다. 3D스테레오그래퍼로도 활동 중인 전우열 감독은 지난 2월 어느 집 안의 거실, 부엌, 복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는 여성 연쇄 살인마의 이야기를 다룬 <타임 패러독스>라는 3분가량의 VR 단편영화를 제작했다. HMD 기기를 통해서만 재생 가능한 이 영화를 보면 정면을 응시하며 영화를 보던 관객이 이야기에 따라 고개를 돌리면 다른 방향에서 다른 이야기가 펼쳐지는 독특한 영화 관람 방식을 경험하게 된다. 360도 영상의 장점을 최대한 살려 스토리텔링에 도입한 신개념 영화다. 전우열 스테레오그래퍼는 “360도 전체를 다 활용하는 영상을 만들고 싶었다. 이 이야기가 다른 콘텐츠와 차이가 있다면 과거와 현재, 미래를 나눠서 동시에 이야기가 진행된다는 점이다. 그래서 행동이나 연결고리가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고개를 돌려가면서 이야기를 풀어나갈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말한다.
또한 가수 윤상은 2014년 12월 신곡 <왈츠>를 발표하면서 VR 뮤직비디오를 선보였다. 복잡하게 가공 편집한 영상이라기보다는 사용자가 뮤직비디오의 배경과 촬영현장을 현장감 있게 즐길 수 있도록 구성한 것이 특징이다. 이 뮤직비디오를 촬영한 제작사 ‘무버’는 VR 영상 콘텐츠 제작을 목적으로 회사를 설립했다. 현재 무버를 비롯해 몇몇 제작사들이 주목하고 있는 것은 한류 콘텐츠다. 아이돌 그룹과 관련된 VR 영상 콘텐츠 등에 거는 기대가 크다. 국내에서도 이제 본격적인 VR 영상 산업이 초읽기에 들어간 것이다.
Q6 기존의 제작방식과는 완전히 다른 방식의 영화다?
VR 영상이 기존의 영상 제작방식과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제작되듯, 이야기 역시 기존의 영화와는 전혀 다른 차원의 스토리텔링 구조로 접근해야 할 것이다. 그렇기에 VR 전문 스토리텔링이라는 개념이 다시 정립되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당장 기존의 영화 산업과는 아무런 영향이 없는 것 아닐까. 당장은 상업 장편영화의 영역보다는 단편영화의 영역에서 무궁한 발전이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조만간 국내외 영화제는 3D 섹션이 그러했듯, VR 단편 섹션을 대폭 늘리게 될지도 모르겠다. 짧은 단편영화의 경우, 최근 다양한 미디어 플랫폼이 선호하고 있는 동영상 트렌드와도 적절하게 조응할 것으로 보인다. 거기에 더해 페이스북과 같은 사이트가 360도 촬영 영상을 지원해준다면 VR의 적용사례는 엄청나게 늘어날 것이다. 신개념 VR 시네마의 탄생을 지켜보게 될지도 모르겠다.
인터랙티브 영상으로 구성할 경우 펼쳐질 가능성은 정말 무궁무진하다. 예를 들어 어떤 사건이 일어나기 전에 관객의 관심이나 혹은 시선을 소리를 통해서 끌어들이는 기술적인 방식 등은 VR 영상만이 갖는 고유 문법으로 자리잡힐지도 모른다. 지금으로서는 수많은 영화 제작자들이 그들의 관점에서 어떻게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게 좋을지 연구 중이다.
Q7 VR 이용 시 어지럼증, 구토 등을 유발하는 기술적 한계가 있다던데?
VR에 있어서 여러 기술적인 한계로 인해 발생하는 어지럼증이나 구토 증상은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의 개발을 통해서 충분히 극복 가능하다. 지금으로서는 VR을 오래 접하는 사용자들이 어지럼증을 호소하는 이유는 헤드 트래킹 때문일 것이다. 실제 VR 장비를 착용해보면 내가 시선을 돌리는 속도와 화면에 표시되는 이미지 사이에 아주 약간의 시간 지연이 발생한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이는 눈을 깜빡일 정도의 짧은 시간이지만 바로 이 잠깐의 시간 지연이 영상을 어색하게 만들고, 신체와의 동기화를 방해하면서 멀미를 유발하게 되는 것이다. 이에 대한 하드웨어 차원의 해결점은 넓은 시야각과 헤드 트래킹 기술을 보완하는 것인데 현재 개발 중인 대부분의 VR 기기 업체들이 이 문제의 해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는 또한 소프트웨어 개발 단계에서도 시정이 가능하다. 사용자가 처한 상황에서의 움직임이나 동작 등을 철저하게 예견한 다음 게임 구조를 설계하는 극복 방안도 다양하게 연구 중이다. 물론 기술적으로 복잡한 문제가 얽혀 있겠지만 모두 조만간 해결 가능한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시간이 해결해줄 일이다. 결국 이같은 지적은 VR의 밝은 미래를 증명해 보이는 것이나 다름없다.
미래 VR 상상도
<마이너리티 리포트>(2002)나 <써로게이트>(2009)와 같은 SF영화 속 장면의 현실화를 점치는 게 당장으로서는 너무 비현실적인 예측이라 하더라도, 앞으로 VR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다양한 분야에 정착하게 될 게 분명하다. 예를 들어서 군사훈련이나 의료 수술 시뮬레이션 등 기존의 3D 산업이 주목해왔고 차지하고 있었던 영역은 VR이 충분히 대체할 수 있을 거라는 점 등은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다. 하다못해 예비군 훈련을 받더라도 실내에서 VR 기기를 이용하면 기본 훈련 정도는 간단하게 이수할 수 있을 것이다. 가상공간에서 펼쳐지는 사람들과의 만남도 충분히 가능해질 것이다. 이를테면 멀리 떨어진 누군가와 가상공간에서 만나 VR시네마 상영관에 들어가 영화를 보는 일도 가능해질 것이고 함께 가상공간 내에서 여행을 즐기는 것도 가능해질 것이다.
VR을 즐길 수 있는 HMD 기기 또한 궁극적으로는 지금의 안경 수준의 형태를 향해 끊임없이 진화를 거듭하게 될 것이다. 그럴 경우, 지금은 잠시 주춤하고 있는 구글 글라스 등의 증강현실(AR, Augmented Reality) 기술과의 접목 또한 기대해볼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되면 가상현실 내에서도 얼마든지 현실을 대입시켜 보다 사실적인 경험을 유도할 수 있을 것이다. 서울 시내 한복판을 실제로 걸으면서도 슈퍼히어로영화 속 주인공이 되어 악당들을 무찌르는 경험을 만끽할 수 있다면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과 같은 영화는 과연 지금만큼 흥행할 수 있을까. 그런데 벌써 관련 기술 개발을 추진하고 나선 기업들의 움직임이 보인다. 어느샌가 미국 특허청에 가상현실 기기 관련 특허 출원도 하고 관련 엔지니어도 모집한 바 있는 애플은 올해 3월, AR이 스마트폰 이후 차세대 사업이 될 것이라며 이에 대한 향후 지원사업을 발표했다. 하지만 현재의 기술력으로는 앞서 말한 VR과 AR의 접목과 같은 기술은 구현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지금 주목해야 할 VR 관련 기기
오큘러스가 개발 중인 가장 최신 버전의 기기인 ‘크레센트 베이’는 기존 모델에 비해서 헤드 트래킹 면에 있어서 그 기능이 월등히 향상됐다. 훌륭한 사운드 시스템을 장착하고 해상도가 좋아졌으며 착용감마저 가볍고 편안해졌다. 오큘러스가 최종적으로 지향하는 형태는 앞서 이야기했듯 안경의 형태일 것이다. 아직까지는 꽤 육중해 보이는 크레센트 베이는 가상현실 공간에서 사용자가 직접 가상의 현실을 경험해볼 수 있는 가장 최신 기술이 도입된 기기다. 또 언급해야 할 기기는 포브사에서 개발한 ‘포브VR’이다. 이 기기는 독특하게도 기존의 HMD 기기와는 다르게 시선 추적장치를 장착했다. 기기가 사용자의 동공 움직임을 감지해 게임 컨트롤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이제 곧 눈동자로 플레이하는 1인칭 슈팅 게임의 세계가 열리게 된다.
소니는 지난해 9월, 도쿄게임쇼에서 프로젝트 모피어스를 공개했다. 소니를 주목하는 것은 플레이스테이션이라는 자체 게임기가 있기 때문이다. 플레이스테이션 게임 콘텐츠와 연계하면 막강한 업계 파워를 누릴 수 있을 것이고. 소니의 광학기술을 활용하면 헤드 트래핑 제약을 최대한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가상현실 러닝머신이라 불리는 ‘버툭스 옴니’를 개발한 버툭스사에서는 사람이 걷거나 뛰는 동작을 인식하는 러닝머신 ‘옴니트레이드밀’을 개발했다. 이 기기는 사용자의 걸음걸이를 디지털 신호로 바꾸어 게임에 적용시킨다. 기존에 출시된 HMD 기기를 착용한 상태에서 옴니트레이드밀을 이용하면 놀라운 몰입감을 즐길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이 기기를 이용해 게임을 플레이하면 실제로 걷거나 뛰는 동작이 게임 속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이를테면 달리기 게임을 할 경우에 실제로 같은 속도로 달려야 하는 것이다. 좀비가 쫓아오는 게임을 할 경우에는 실제로 도망을 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