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의 왕 사자는 숲속의 모든 동물을 불러모아, 홍수가 밀려오고 있으니 인간 노아가 만든 방주로 피신하라고 전한다. 하지만 스컹크와 펭귄을 닮은 온순한 종족 네스트리안인 데이브(윤세웅)와 피니(김하영) 부자는 탑승을 허락받지 못한다. 데이브와 피니는 다른 종족으로 분장해 가까스로 방주에 올라타지만, 같은 칸에서 지내게 된 헤이즐과 리아는 이들이 탐탁지 않다. 피니와 리아가 싸우다가 바깥으로 밀려난 사이, 방주는 출발한다.
<노아의 방주: 남겨진 녀석들>은 성경 속 노아의 방주 이야기에서 홍수를 피해 온 동물이 방주에 오른다는 설정만 빌렸다. 물론 러닝타임 내내 노아를 포함한 인간은 전혀 보이지 않고, 때문에 종교적인 함의를 뒤적일 필요는 없다. 영화를 채우는 건, 온갖 동물들이 모여사는 숲속에서도 차별받는 피니가 친구들과 함께 매 순간의 위기를 구김살 없이 헤쳐나가는 과정이다. 홍수가 한바탕 지나간 다음부터 시작하는 피니와 친구들의 여정은 그리 긴박하지 않다. 그들을 노리는 악역 그리핀 부부는 멍청하기만 해서 어떤 긴장도 만들지 못한다. 거대한 민달팽이 캐릭터 오비씨의 느릿느릿한 걸음에 맞춰 피니와 리아, 오비씨와 그의 몸에 기생하는 스테이풋이 우정을 다지는 데 주력한다. 평등과 협동의 가치를 깨우치도록 이끌기에는 좋은 방향이다. 독일, 룩셈부르크, 벨기에, 아일랜드 4개국의 프로덕션이 합작해 오랫동안 공들인 <노아의 방주: 남겨진 녀석들>의 비주얼은 초반, 수많은 동물들의 모습을 하나하나 살피는 데에서 빛을 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