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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어른 짱구 이야기의 진수 <짱구는 못말려 극장판: 정면승부! 로봇아빠의 역습>
김기범 2015-04-22

짱구는 아빠와 로봇만화 영화를 보고 나온다. 영화 속 로봇의 합체에 감명받은 짱구는 아빠에게 합체하고 싶다고 조르고 아빠는 목마를 태워주다가 그만 허리를 다치고 만다. 마침 병원도 모두 닫아서 할 수 없이 마사지숍을 들어가는데, 그곳은 사람을 로봇으로 교체하는 음모를 꾸미는 곳이었다. 식구들은 처음에는 당황하지만 이내 로봇으로 교체된 아빠에 적응하기 시작한다. 로봇아빠는 사람아빠가 하지 못했던 집안일과 회사 일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며 도리어 가족에게 사랑받는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악당의 음모대로 나쁜 명령을 수행하기 시작한 로봇아빠는 점차 마을의 위협으로 변한다. 짱구는 로봇아빠를 정상으로 되돌리고 사람아빠를 되찾기 위해 악당의 음모에 맞선다.

22번째 극장판이자 국내에선 여섯 번째로 개봉하는 <짱구는 못말려 극장판: 정면승부! 로봇아빠의 역습>은 <짱구는 못말려 극장판: 어른 제국의 역습>과 <짱구는 못말려 극장판: 전국대합전>의 뒤를 이은 극장판 시리즈 3대 감동 명작으로 꼽힌다. 2014년 일본 문화청 미디어 애니메이션 부문 우수상을 차지하기도 했다. 이유는 단순하다. 짱구 고유의 황당무계한 슬랩스틱 유머는 살리되 전달하는 메시지가 좀더 깊고 진지해졌기 때문이다. 어린이들의 우정을 이야기했던 전작 <짱구는 못말려 극장판: 엄청 맛있어! B급 음식 서바이벌!>과 달리 이번 에피소드는 그간 짧게 언급만 되고 지나갔던 아버지에 관한 속 깊은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로봇을 소재로 삼은 만큼 거대로봇도 등장시키고 할 것은 다한다. 그보다 놀라운 건 로봇과 인간의 관계에 대한 예상 밖의 진지한 성찰이다. 본격 SF디스토피아는 아니지만 <블레이드 러너>나 <터미네이터2>에서 접했던 인간다움(혹은 아빠다움)에 대한 고민과 감동이 물씬 묻어난다. 늘 그랬듯 짱구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한바탕 떠들썩한 소란 뒤로 우리가 놓치고 있는 가족의 소중함과 잊고 지내던 가치를 다시금 상기시키는 힘이 있다. 마지막 장면에서 로봇아빠와 짱구가 나누는 대화는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가는 우리 시대 아버지의 서글픔을 대변하는 동시에 잔잔한 위로를 함께 전한다. 웃기지만 슬프고 씁쓸하지만 웃음이 나는, 애어른 짱구 이야기의 진수다. 괜히 역대급 에피소드로 꼽히는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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