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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한의 고통을 이겨낸 감동 레이스 <땡큐, 대디>
문동명 2015-04-22

3년간 가족과 떨어져 스키장 공사 일을 하던 폴(자크 검블린)이 집으로 돌아온다. 회사에서 해고당한 그는 가족과도 데면데면한 채 우울한 시간을 보내고, 아내 클레어(알렉산드라 라미)와의 갈등은 깊어진다. 몸이 불편해 휠체어 신세를 질 수밖에 없지만 매사에 의지가 넘치는 아들 줄리안(파비앙 에로)은 아버지가 철인3종경기 선수였다는 걸 알게 되고 그와 함께 경기에 출전하기로 마음먹는다. 폴과 클레어는 건강을 이유로 반대하지만 뜻을 굽히지 않는 줄리안은 끝내 출전을 허락받는다. 그러나 경기위원회는 줄리안이 장애인이라는 걸 문제 삼아 참가를 불허한다.

<땡큐, 대디>는 수많은 철인3종경기를 완주하고 달리기와 자전거로 6000km 대륙을 횡단해낸 팀 호이트 부자의 실화에서 영감을 얻었다. 38년간 전신마비인 아들과 함께 기나긴 레이스를 이어온 아버지의 사연은 한계를 거듭하는 가족애의 감동과 스포츠의 숨가쁜 드라마를 동시에 그릴 수 있는 소재다. <땡큐, 대디> 역시 예상 가능한 그 순간을 붙들었다. 다만 그걸 늘어놓는 데 집중하지 않는 까닭에 감동을 과하게 주입한다는 불편함을 피할 수 있을 것이다. 다수의 TV다큐멘터리를 연출한 닐스 타베르니에는 스포츠 드라마의 들뜬 에너지에 기대지 않고 후반부의 경기 장면을 담담하게 담아냈다. 주인공들이 핸디캡을 안고 경기에 참가하기 때문에 박빙의 승부를 기대하긴 어렵기 때문일 터. 쓰러지는 순간이 오지만 고통을 전시하지 않고, 그걸 의연히 버텨내는 폴과 줄리안을 향해 큰 박수를 보내는 사람들의 모습을 군데군데 보여주면서 부자의 의지에 집중한다.

감독에게는 경기보다 그 이전이 더 중요했던 것 같다. 줄리안이 도전을 각오한 후 폴과 클레어의 반대를 설득하고, 일반인 자격으로 지원하는 걸 무릅쓰면서까지 의지를 다지는 시간을 오래 보여준다. 극한의 고통을 이겨내는 아버지의 사랑이 아들의 꿈을 이루어주는 것만큼이나 아들의 꿋꿋한 의지가 아버지의 새로운 시작을 북돋는다는 테마에도 무게가 실린다. 닐스 타베르니에는 파비앙 에로의 무구한 미소를 보고 줄리안 역에 그를 캐스팅했다. 아버지가 페달을 밟아 끌어주는 휄체어에 몸을 맡긴 채 빠르게 지나가는 풍경을 즐기는 줄리안의 웃음은 영화의 가장 중요한 이미지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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