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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델리] 발리우드영화의 화려함 덜어내다

프라빈 모르칼레 감독의 데뷔작 <맨발로 고아까지> 개봉

<맨발로 고아까지>

서인도의 낙원, 고아(Goa). 이곳은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지상낙원이자 휴양지다. 한때 포르투갈령이었던 고아는 서구적인 흔적이 짙게 배어 있는, 인도의 또 다른 얼굴이다. 최근 개봉한 영화 <맨발로 고아까지>(Barefoot to Goa)는 바로 그 ‘고아’라는 지역을 조명하고 있다. 영화는 할머니의 정성에 대한 이야기로부터 출발한다. 대도시 뭄바이에 정착한 아들과 떨어져 홀로 고아에서 살던 할머니는 자식과 어린 손주들을 만나길 고대하며 매달 편지와 선물을 보낸다. 하지만 시어머니와 함께 살게 될 것을 두려워한 며느리가 남편에게 그 사실을 숨긴 탓에 답장을 받지 못한다. 우연히 할머니의 편지를 읽게 된 아이들은 할머니가 폐암을 앓고 있고, 그것이 심각한 병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어 할머니를 만나러 가기로 다짐한다. 자신들만의 모험에 나선 어린 오빠와 여동생은 기차에 무임승차하고, 걷고, 히치하이킹을 하는 등 온갖 우여곡절을 겪으며 도시에서와는 다른 삶을 체험하게 된다.

2013년 뭄바이필름페스티벌 경쟁작으로 벵갈루루국제영화제(BIFFES)에서 호평을 받기도 했던 프라빈 모르칼레 감독의 이 데뷔작은 이제야 극장가에서 선보이게 되었다. 지난 4월10일 개봉하기까지 인도 장편영화로는 최초로 후원금을 모집(www.barefoottogoa.com)해야 했기 때문이다. 저예산영화 <맨발로 고아까지>는 화려하지 않지만 가장 인도인다운 시각을 담았다. 사실 인도는 종교와 가족 중심의 사회다. 반면 발리우드영화는 마치 사회로부터의 해방감을 만끽하듯 자극적이고 화려한 면이 있다. <맨발로 고아까지>는 새로운 문화가 수용되고, 물질적 가치가 삶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면서 균열되기 시작한 ‘가족’ 중심의 가치관에 주목한다. 영화는 소박하지만 그 완성도를 떠나 진정성이 엿보인다. 혼잡하고 정신없는 도시의 삶에서 잠시 물러나 가족을 보자는 것은 어찌 보면 뻔한 이야기로 들릴 수도 있다. 하지만 마치 한국영화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처럼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계획에 동참해 낯선 인도를 모험해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의미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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