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산업논리의 잣대만을 지나치게 내세워 영화인들의 빈축을 사고 있다. 문화관광부가 지난 2월8일 승인한 2002년도 영화진흥위원회 예산 중 예술영화전문투자조합 결성을 위한 40억원, 예술영화전용관 운영비용 20억원 등이 “수익성이 없다”는 이유로 모두 빠졌기 때문. 문화부 영상진흥과의 한 관계자는 “기존의 영상투자조합으로도 예술영화가 투자받을 수 있는 길이 있다. 그런데도 굳이 전문투자조합을 만들기 위해 기금을 투여하는 것은 그 돈을 날려도 좋다는 식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한 “예술영화전용관의 운영비용 역시 기존 임대 비용으로 책정된 150억원을 활용하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문화부 관계자의 해명은 진흥기금의 ‘보전’만을 생각하는 ‘근시안’적인 발상이라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무엇보다 영상정책을 주도하는 부서가 한국영화의 시장상황을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우려할 만한 일이다. 올해 영진위가 ‘작은 영화’들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책을 마련한 데는 지난해 <고양이를 부탁해> <와이키키 브라더스> <꽃섬> <나비> 등 완성도 있는 ‘작은 영화’들이 블록버스터에 밀려 스크린을 잡지 못했고 이로 인해 줄줄이 넘어진 게 컸다. 뒤늦게 관객의 호응이 뒤따랐지만, 상영관을 옮겨다니는 간헐적인 상영으로 수지를 맞추기는 어려웠다. 이런 상황에서 영진위는 저예산, 예술영화 역시 전문적으로 리스크를 관리하고 투자를 유도하여 제작을 활성화할 수 있는 방안으로 전문투자조합 결성과 예술영화전용관 운영안을 내놓았고, 이에 대한 지원을 결정했던 것이다. 스크린쿼터문화연대의 지원액을 대폭 줄인 반면 아태영화제 지원에 선심을 쓰는 등 올해 문화부의 예산 승인 결과는 영화계의 바람과 크게 어긋나 있는 걸로 보인다.이영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