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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을 비집고 떠오르는 평범한 깨달음 <파울볼>
문동명 2015-04-01

SK 와이번스에서 5년간 재임하며 3번의 우승을 안겼지만 2011년 불미스럽게 퇴출당한 김성근 감독은 그해 말 독립야구단 고양 원더스의 사령탑을 맡는다. 신인 드래프트에서 지목받지 못했거나 팀에서 방출된 선수들이 모인 팀은 기대보다 훨씬 낮은 기량으로 연패를 면치 못한다. 하지만 김성근 감독 특유의 혹독하지만 사려 깊은 훈련을 거듭하며 점차 승률을 올려가고, 소속 선수들이 속속 프로팀에 입단하는 성과까지 만들어낸다.

국내 첫 번째 독립야구단 고양 원더스는 “열정에게 기회를”을 모토 삼아 야심차게 창단했지만 3년을 채 채우지 못하고 문을 닫았다. <파울볼>은 고양 원더스의 그리 길지 않은 역사를 처음부터 끝까지 담은 다큐멘터리다. 한국 최초라는 의미만큼이나 큰 상징이었던 김성근 감독과 그를 따르는 원더스 선수들의 모습으로 채워졌다. 한때 메이저리그까지 진출했던 최향남, 다승왕에 오르며 프로팀 코치로도 활동했지만 다시 선수의 자리로 돌아온 김수경, 잠시 팀을 떠났다가 복귀해 3년째 원더스에 몸담고 있는 설재훈 등 야구라는 쉽지 않은 꿈을 향해 노력을 멈추지 않는 사람들의 모습과 사연에 더 집중한다. 스포츠 다큐멘터리의 장점인 실황의 손쉬운 흥분에는 기대지 않았다. 연이은 패배 끝에 첫승을 올렸을 당시를, 경기 중의 날선 분위기와 승패의 순간에 폭발하는 기쁨을 붙여서 벅찬 순간으로 가공할 수도 있었을 테지만, 그저 이겼다는 사실을 건조하게 짚고 넘어가는 게 전부다. <파울볼>은 야구보다 사람을 더 가까이서 쓰다듬는다.

선수들이 하나둘 프로팀에 입단하면서 원더스의 성과는 더 큰 빛을 발하지만, 조정래, 김보경 감독은 원더스의 후미진 곳을 파고든다. 떠나는 자의 기쁨에 기꺼이 축하를 보내는 남아야 하는 이의 지친 얼굴을 따라가는 데 이어, 아직 경기에 출전조차 하지 못한 후보 선수들의 얼굴 또한 잊지 않는다. 그리고 관객은 팀에 남아 내년을 기약하기로 한 이들이 돌연 해체 소식을 듣고 감추지 못하는 절망, 끝까지 제자들을 책임지지 못한 무뚝뚝한 스승의 비통까지 고스란히 지켜봐야 한다. “버틸 때까지 버텨보려고요.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니까.” 동료들이 떠난 그 공간에서 연습을 멈추지 않는 설재훈 선수의 꿋꿋한 각오를 들을 때, 슬픔을 비집고 떠오르는 평범한 깨달음이 오래도록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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