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도소에 갓 입소한 19살 청년 JR(브렌턴 스웨이츠)은 체스 훈수를 두다 20년형을 살던 잔뼈 굵은 범죄자 브랜든(이완 맥그리거)의 눈에 든다. 브랜든은 JR을 교도소의 무법자 데이브 패거리에게서 보호해주는 대신, 출소한 뒤 자신의 탈옥을 도울 것을 제안한다. 제안을 받아들인 JR은 브랜든의 탈옥을 돕고, 그와 한패가 되어 샘(야첵 코먼)의 사주를 받아 금괴를 훔쳐내는 일에 착수한다. JR은 샘의 여자인 타샤(알리시아 비칸데르)에게 빠지지만 브랜든은 JR에게 여자 때문에 일을 그르치지 말 것을 경고한다. 보스 브랜든과 사랑하는 여자 타샤 사이에서 고민하는 JR. 샘의 동향은 심상치 않고, 브랜든과 타샤마저 자신을 온전히 믿지 않는 상황 속에서 JR의 선택이 필요해진다. 영화는 금괴를 둘러싼 인물들의 욕망과 변화하는 관계를 빠른 호흡으로 그려낸다.
베테랑과 햇병아리가 뭉쳐 금괴를 훔칠 때까지는 박진감 있게 흘러가는 충실한 케이퍼 무비다. 초반부 교도소 세계의 긴장감 있는 묘사와 헬기를 이용한 박력 있는 탈옥, 목적지인 금괴 주조시설에 이르기까지 영화는 막힘없이 돌진한다. 그러나 금괴를 훔쳐 나온 후 카 체이싱 신부터 맥이 빠지기 시작하더니, 후반부 연이은 배신과 관계 변화에 따라 영화는 예상치 못한 멜로드라마로 변모한다. 장르의 돌연한 변신은 신선하다기보다는 뜬금없다. 무엇보다, 생존하려는 침팬지보다 사랑을 나누려는 보노보가 우월함을 역설하는 교훈적인 메시지는 다소 따분하다. 케이퍼 무비에서 통쾌함이나 스펙터클이 아닌 교조적인 가치관을 내세우는 것이 썩 석연치 않기도 하다.
사랑을 강조하는 영화답게 <더 기버: 기억전달자> <더 시그널>의 주연으로 이름을 알린 브렌턴 스웨이츠와 <엑스 마키나>의 매혹적인 신예 알리시아 비칸데르는 아름답게 빛난다. 특히 <엑스 마키나>의 무기질한 로봇 팜므파탈 에이바와는 반대로 사랑을 믿는 여자 타샤 역을 소화해낸 알리시아 비칸데르는 주목할 만하다. 묘하게 이국적인 마스크의 두 젊은 남녀는 관습적인 연기를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이완 맥그리거와 극명한 대비를 이룬다. 2008년 단편 <제리칸>으로 제59회 베를린국제영화제 테디상과 제61회 칸국제영화제 심사위원상을 수상한 줄리어스 에이버리의 장편 데뷔작. 단편에서 보여준 재기만큼을 발휘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