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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 글로벌 시장 경쟁력, 4DX와 스크린X로
김성훈 사진 최성열 2015-03-25

CJ CGV 서정 대표

“전날 밤 제대로 못 잤다. 내 말이 영화계에 일파만파 퍼져나가는 것에 대해 걱정을 안 할 수가 없었다. 그럼에도 극장과 관련한 여러 이슈가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CJ CGV 대표로서 침묵하는 것도 옳진 않은 것 같다.” CJ CGV 서정 대표의 말처럼 콘텐츠에서 유통으로 무게중심이 옮겨간 현재 한국 영화산업에서 멀티플렉스, 특히 CJ CGV의 영향력은 어마어마하다. 최근의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 논란을 비롯해 대기업 수직계열화, 스크린 독과점 등 산업 이슈가 제기될 때마다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 멀티플렉스 3사 중 유독 CGV만 집중포화를 맞고 있는 것도 리딩 기업에 대한 영화계의 기대가 크기 때문일 것이다. CJ CGV 대표로 선임된 지 올해로 3년째인 서정 대표가 극장과 관련한 최근의 여러 이슈에 대해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1986년 삼성물산을 시작으로 2001년 CJ몰 사업부장으로 CJ그룹에 입사한 뒤, CJ오쇼핑에서 미디어지원담당, 마케팅실장, TV사업부장, 글로벌전략담당, 영업본부장 등 여러 현장을 두루 거쳐 ‘실무형 CEO’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CJ CGV 대표이사로 선임된 지 올해로 3년째 되는 해다. 이젠 극장 사업이 익숙해졌을 것 같다.

=당연히 익숙해졌다. 처음 왔을 때 CGV가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역할 인식을 가지고 있었고, 내가 왜 CGV 대표가 됐는가 같은 책임감과 소명 의식이 있었는데, 3년이 지나니 그 부분이 좀더 명확해졌다.

-대표이사로 선임됐을 때 바라본 CGV는 어떤 회사였나.

=지속적인 성장을 견고하게 해온 회사였다. 폭발적인 성장이 무궁무진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기도 했고. 반면, 극장 산업 특유의 보수성 때문에 변화를 추구하는 데 미흡한 점도 있었다.

-회사를 어떤 방향으로 변화시킬지에 대한 고민이 많았을 것 같다.

=2011년 당시, 극장을 찾은 관객수가 1억5천만명이 조금 넘었다. 조금 더 성장할 수 있는 공간이 많다고 생각했는데 회사 안팎에서는 극장 산업이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고 생각하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었다. 그같은 생각을 변화시키려면 CGV가 앞장서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당시 크게 세 가지 사업에 드라이브를 걸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극장 프로그래밍을 방송 편성 개념으로 접근하고, 글로벌 사업에 주력하고, 4DX, 스크린X 같은 신기술을 도입한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는 게 그 세 가지였다. 일단 극장 프로그래밍을 방송 편성 개념으로 접근하는 건 무슨 말인가.

=극장은 콘텐츠 유통의 가장 중요한 축이다. 백화점이 1년 365일 바겐세일을 통해 소비자의 이목을 끄는 것처럼 극장 역시 차별화된 영업 활동을 통해 관객의 주의를 끌어야 한다. 극장이 좀더 드라이브를 걸어 관객을 견인할 수 있다면 극장, 배급사, 제작사에도 도움이 된다. 고객의 주의를 끌기 위해선 영업만큼이나 편성이 중요하다. 나는 편성이 예술이라고 생각한다. 관객의 취향과 관심을 객관적으로 판단해 좋은 콘텐츠에 얼마나 더 힘을 실어줄 수 있는가가 편성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과학적인 데이터가 중요한 이유다. 그 점에서 CGV가 관객 데이터를 모으면서 예측 가능성을 높였다고 본다. 앞으로 이것을 어떻게 한배를 탄 영화계 파트너들과 나눌 것인가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되는 콘텐츠와 그렇지 않은 콘텐츠를 구분해 되는 콘텐츠에 힘을 더 실어준다는 말로 들어도 괜찮을까.

=그렇다. 콘텐츠가 가진 힘에 과학적 데이터를 추가 제공함으로써 더 많은 관객을 만나게 돕는다.

-CJ오쇼핑 시절, 인도 최대 미디어그룹 스타TV와 합작 투자해 스타CJ라는 현지법인을 설립한 바 있다. 그 경험이 극장의 글로벌 사업에 어떤 영향을 끼쳤나.

=CGV는 오래전부터 극장이 글로벌 사업을 하기에 충분히 매력적인 비즈니스라고 생각해왔다. 문화 사업을 통해 국가와 사회에 대한 책임감을 다해야 한다는 CJ그룹 이재현 회장의 ‘사업보국’ 철학이 녹아든 부문이기도 하고. 국내 관객 성장률을 봤을 때 어느 정도 한계점에 이르면 성장이 둔화될 거라는 건 충분히 예상 가능하다. 성장 활로를 어디서 찾아야 할 것인가. 그 답이 글로벌 사업이다. 2015년 현재 CGV는 한국을 포함해 중국(사이트 42개, 스크린 330개), 베트남(사이트 23개, 스크린 150개), 인도네시아(사이트 12개, 스크린 93개), 미얀마(사이트 3개, 스크린 6개), 미국(사이트 1개, 스크린 3개) 등 전세계 207개 극장 총 1542개관에서 사업을 펼치고 있다. 내년에는 해외 사이트가 국내보다 더 많아질 것이고, 시간이 조금 더 지나면 해외 매출이 국내보다 더 많아질 것이다.

-4DX나 스크린X 같은 새로운 테크놀로지 사업을 시도할 때 초기투자비용이 만만치 않은 까닭에 결정을 내리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다.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을 위한 무기가 필요한데 그게 무엇일까. 새로운 무언가가 필요한데, IMAX가 그렇듯이 CGV만의 차별화된 기술이 있어야 했다. 4DX는 현재 전세계 30개국 150개 스크린에서 상영 중이다. 할리우드에서 4DX 상영관의 매력을 인정하기 시작한 만큼 앞으로 더 성장할 수 있는 사업이다. 스크린X는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사업이지만 타이에서 곧 선보일 예정이며, 일본과 중국에서도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런 점에서 CGV 성장의 두축 중 하나가 글로벌 사업이라면, 또 다른 하나가 4DX와 스크린X 같은 신기술 사업이다.

-앞에서 언급한 세 가지 드라이브는 큰 그림에서 봤을 때 어떤 고민에서 나온 선택인가.

=극장 산업이 앞으로 겪게 될 위기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인구가 줄어든다는 사실. 다음으로는 해마다 성장하는 IPTV를 비롯한 부가판권 시장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가 또 다른 고민이다. 극장이 유일한 여가 거리였던 과거와 달리 지금은 등산, 운동, 캠핑 등 여가 활동 종류가 많아진 것이 사실이다. 극장 역시 그런 싸움이 아닌가 싶다. 시간을 어디서 어떻게 보낼 것인가. 결국 소비자의 선택이다. 영화 티켓값 1만원을 가지고 두세 시간을 만족스럽게 보낼 수 있다는 점에서 극장이 가진 경쟁력은 여전히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2013년 6월20일, CJ CGV가 업계 최초로 극장 부율을 변경하기로 결정해 7월1일 변경을 시행했다. (기존의 50 대 50에서 55 대 45(배급사 대 극장)로 변경했다.) 20년 가까이 굳어진 오랜 관행이라 부율 변경을 결정하기가 쉽진 않았을 것 같다.

=CGV는 영화계의 여러 구성원들과 한배를 탄 입장이다. 한국영화 부율이 외화에 비해 불리하니 형평성을 맞춰야겠다는 생각을 한 것도 그래서다. 부율을 조정한다면 배급사와 제작사가 투자 동력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적은 금액이라면 적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과거 관행을 깼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영화 산업이 호황기로 접어들면서 스크린 독과점 문제와 대기업 수직계열화 문제가 해마다 제기되고 있다. 이 문제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문제로 제기되는 여러 얘기 중 하나가 CGV가 CJ E&M이 배급한 콘텐츠를 밀어주는 게 아닌가라는 의심과 추측이다. 올해 초 개봉해 성적이 저조했던 <오늘의 연애>와 <쎄시봉> 같은 영화는 우리가 밀어주려고 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물론 지난해 <광해, 왕이 된 남자>의 스크린 수와 상영시간 등을 유리하게 편성한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과징금 32억원을 부과받은 바 있다. 그 부분들에 대해 좀더 소명할 부분이 있다고 생각하나 대세에 영향을 끼칠 만큼은 아니라고 본다. 분명한 건 CEO로서 나를 포함한 CGV 직원 1400명의 성과 보상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CJ엔터테인먼트 영화만 밀어준다? 불가능한 일이다. 독과점 문제는 영화 흥행을 예측하는 것과 관련이 있을 것이다.

-그게 앞에서 언급한 편성의 개념과 동일한 건가.

=스크린 수 1%가 흥행에서 얼마나 중요한가 하는 점도 잘 알고 있다. 이 때문에 객관적인 데이터와 편성 원칙을 명확히 하고 있다. 편성의 문제가 중요하다는 점을 인식하고 더 투명하게 객관화, 공정화할 것이다.

-스크린을 많이 배정받은 영화일수록 관객이 몰릴 수밖에 없다는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임의로 스크린 배정을 더 많이 한다? 가능하지도 않을뿐더러 그렇게 한다 하더라도 관객이 가만히 있을까? 개봉 전부터 여러 데이터들을 수집한다.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버드맨>의 경우, 관객수가 적고,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의 경우 의외로 관객이 많이 들었다. 여러 사례를 보면 관객의 주관적인 평가와 평점 그리고 관람평 등 모든 데이터가 흥행과 연관되어 있다. 스크린 독과점의 케이스로서 <명량> 사례가 언급되곤 하는데, 개봉 당시 <명량> 좌석점유율은 2위였던 영화와 많은 차이가 났음에도 불구하고 극장 입장에서 스크린을 제한했다. 전무후무한 기록이었지만 매주 개봉하는 영화들이 있었기에 상식에 어긋나거나 다른 영화에 피해를 주면 안 된다고 생각했고, 앞으로도 더욱 노력할 것이다.

-최근 무료초대권 소송 2심에서 CGV가 승소했다. 현재 한국영화제작가협회(이하 제협)가 상소했는데, 이 소송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무료초대권 소송은 우리가 아닌 배급업자들에게 하는 게 맞다.

-제작사와 부딪힐 이유가 없다는 얘긴가.

=그렇다. CGV는 무료초대권을 계약하더라도 최대한도 5%에서 설정하라는 동반성장협의회 내용을 준수해왔다. 분명한 건 무료초대권이 시장을 키우는 데 마케팅적으로 도움이 되는 건데 너무 좁은 시야로 바라보는 게 아닌가 싶다. 무료초대권의 수혜를 극장만 봤을까? 극장과 배급사 그리고 제작사가 함께 수혜를 받았다고 생각한다.

-가상프린트비용(VPF, Virtual Print Fee) 소송도 제협과 진행 중이다.

=동반성장협의회에 나가 얘기했던 것처럼 2016년 1월쯤 가상프린트비용 지불을 종료하기로 얘기가 됐다.

-산업과 관련한 여러 이슈들이 제기될 때마다 멀티플렉스가 CGV 하나밖에 없는 것도 아닌데 리딩 기업이라는 이유만으로 비판을 받는 것에 대해 억울하진 않나.

=대기업이지만 너무 맞으면 아프다. 억울하기도 하다. 그만큼 CGV에 대한 바람이 많은 것이라 생각한다.

-삼성물산에서 사회 경력을 시작했다고 들었다. 어떤 상사맨이었는지 궁금하다.

=드라마 <미생>에 나오는 상사맨이었다. (웃음) 영업, 철강, 케이블TV, 인터넷, IT까지 다양한 산업을 경험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그러한 경험들이 지금의 나를 만들어준 토양이 되지 않았나 생각된다.

-평소 영화는 자주 보나.

=CGV 고객 기준으로 보면 VVIP나 RVIP 정도 되는 것 같다. 1년에 최대 60편 정도 본다. 지난 설날에는 하루에 세편을 연달아 봤다.

-앞으로 CJ CGV에서 좀더 시도해보고 싶은 사업이나 변화는 어떤 건지 궁금하다.

=올해 국내외 라인업을 보면 지난해에 비해 좀더 플러스 성장을 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사실 CGV에는 남아 있는 시간이 많지 않다. 진입 장벽이 비교적 낮은 극장 사업에 대한 경쟁이 점점 더 치열할 것이라 보고 있다. 우리는 글로벌에서 M&A를 모색하고, 공격적 확장을 통해 사업을 성장해나갈 것이다. 또, 지역 중심의 진화된 극장을 보여줌으로써 업계 파트너들과 함께 지속적인 성장을 하는 것이 CGV의 역할이자 과제다. 올해와 내년이 중요한 것도 그래서다.

인터뷰 내내 서정 대표는 기업의 사회적 역할과 책임을 강조했다. 산업이 지속 가능한 성장을 하려면 기업뿐만 아니라 기업에 속한 구성원들과 사업 파트너들도 함께 성장해야 한다는 뜻이다. “CGV아트하우스를 지금보다 더 늘릴 계획이고, 전세계 시장에 CGV 플랫폼을 구축해 CJ E&M을 비롯해 롯데, 쇼박스 등 한국영화 콘텐츠를 널리 알릴 것이며, CGV가 구축한 흥행 예측 데이터들을 영화계와 공유할 계획도 있다”는 그의 각오는 업계 파트너와 함께 상생하겠다는 의지로 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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