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모그래피
촬영 2015 <동주>(가제) 2014 <조류인간> <프랑스 영화처럼> 2013 <배우는 배우다> 2012 <러시안 소설> 2011 <최종면접> 2010 <더위> 2008 <갸르송> 2005 <좋은 배우> 2004 <런치박스> 2003 <피아노 레슨>
편집 2010 <페어러브> 2005 <좋은 배우> 2004 <런치박스> 2003 <피아노 레슨>
저예산은 디폴트요, 효과는 옵션이다. 현장에서 신연식 감독과 가장 많이 나눈 말이 “될까, 안 될까”란다. “디자인을 전공한 덕에 클라이언트의 요구와 예산에 맞춰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데에는 도사가 다 됐다. 신연식 감독과는 모든 작업을 함께한 최고(最高)의 파트너다. 최고(最古)의 파트너이기도 하다. 무려 초•중•고 동창인 것. “수학여행을 가면 연극을 했는데 초고는 신 감독이 쓰고, 나는 소품을 만들곤 했다. (웃음)” 서로 다른 대학에 진학한 뒤 한동안 둘은 자연스레 연락을 끊고 지냈다. 최용진 촬영감독이 유학을 준비하며 어학원을 다니던 중 종로 길바닥에서 우연히 신 감독과 재회하기 전까지는. 둘은 다시 의기투합했다. 하지만 최용진 촬영감독은 도제식으로 기술을 배운 유형도, 충무로 현장에서 경험을 쌓아온 유형도 아니었다. 그래서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입학해 촬영과 조명기술을 다시 배웠고 신 감독의 모든 영화가 그와의 협업에서 태어날 수 있었다.
예산이 넉넉하지 않다보니 핵심적인 인상을 전달할, 이른바 ‘야마컷’을 잡는 일이 최선이었다. <조류인간>의 고풍스러운 한약방은 경강역 인근에 있는 실제 한약방이다. 지인의 아버지께서 젊은 시절 한약방을 운영하셨고 지금은 생활공간으로 쓰는 장소라 쓸 만한 소품도 많아 적극 섭외했다. 동굴은 이재성 미술감독이 알고 있던 실제 동굴이다. 촬영도 전부 혼자 해냈다. “그래서 잘 들여다보면 포커스가 엉망이다. 새로운 카메라를 쓰게 돼 헤매느라 처음 촬영한 실종자 가족 모임 장면은 포커스가 나가 있다. 우리끼린 ‘포커스가 살짝 나가야 맛’이라고 위안했지만. (웃음)” 나쁜 것만은 아니었다. 영화의 무드를 형성하는 흐릿하고 따뜻한 화면은 그 덕에 탄생했으니 말이다.
열악한 현장에서 안정적인 촬영을 위해 가장 우선해야 하는 건 전체적인 영화의 질감을 일관되게 지키는 것이었다. <조류인간>은 <러시안 소설>에서 “갈빗대를 빼와 만든 영화”라 전체적인 ‘룩’도 <러시안 소설>을 따랐다. “초반부에 많이 나오는 안개가 영화의 불안하고 아사무사한 분위기를 이끌어간다. 그래서 시간대나 날씨를 체크하는 데에 더 신경을 썼다. 전체적으로 콩테나 오일파스텔에 가까운 질감이 됐다.” 미대 출신 촬영감독답게 회화나 사진에서도 영감을 많이 받는 편이다. 주상연 사진작가의 작품이 주요한 레퍼런스였다. “필름 작업을 주로 하고 포커스를 살짝 나가게 하거나 셔터를 열어 궤적과 시간성이 느껴지는 사진이다. 그의 사진에서도 영향을 받았다.”
차기작은 그에게 여러모로 도전이다. 신 감독과 이준익 감독이 함께 만드는 <동주>(가제)에서 촬영을 맡게 된 것이다. “<러시안 소설>에서 쓰인 ‘방법’들이 조금 들어갈 예정이고 각 신을 연결하는 몽타주 장면이 중요해서 어떻게 찍을지 고민 중이다. 전체적으로는 핸드헬드를 많이 쓸 거다. 무작정 들고 찍는다고 핸드헬드가 아니니까 그전에 공부부터 하고.”
유용한 어플들
“데이터매니저 없이 혼자 작업하다보니 촬영 전 어떤 카메라의 어떤 코덱을 사용해야 할지, 백업하드는 얼마나 준비해야 할지 미리 따져봐야 한다.” 최용진 촬영감독의 수고를 던 기특하고도 유용한 어플 몇 가지를 소개한다. ‘aja datacalc’는 데이터 양을 코덱에 따라 계산해주는 어플이고, 헌팅 중 앵글파인더 대신 사용하는 ‘파나 스카우트’는 촬영 시간과 좌표를 기록하는 어플이다. 빈티지한 필름 룩을 구현하는 ‘8mm’와 ‘빈타지오’는 <러시안 소설>과 <조류인간>의 룩업을 미리 테스트하는 용도로 사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