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로커걸>

출연 김혜수, 김고은, 엄태구, 박보검, 고경표 / 제작 폴룩스픽쳐스 / 배급 CGV아트하우스 / 개봉 4월

Synopsis 태어나자마자 지하철 보관함에 버려진 일영(김고은)은 차이나타운의 실질적 지배자이자 모두에게 ‘엄마’라 불리는 보스(김혜수)에 의해 범죄조직의 일원으로 길러진다. 그 과정에서 일영은 세상에 눈뜨고 성장해간다.

“코인로커에서 태어난 여자아이가 있었다.” <코인로커걸>(가제)은 이 한줄에서 시작된 영화다. 제목을 보고 무라카미 류의 소설 <코인 로커 베이비즈>를 떠올리는 사람도 있겠지만 ‘코인로커에서 태어난 아이’라는 설정 외에 소설과 영화가 공유하는 지점은 없다. <코인로커걸>은 “원해서 태어난 것은 아니지만 어쨌거나 살아갈 수밖에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집중한다. 차이나타운 뒷골목. “밤의 세계에 살고 있는 두 여자”가 있다. 모두에게 엄마(김혜수)라 불리는 여자가 있고, 코인로커 10번 보관함에서 태어나 일영(김고은)이라 불리는 여자가 있다. 엄마는 버려진 아이들을 데려다 먹여주고 재워주고 입혀주고 일을 시킨다. 물론 그 일은 불법적인 일이다. “처음부터 상업영화를 만들 생각으로 쓴 시나리오는 아니었다. 어쩔 수 없이 어둡고 처절한 이야기이기 때문에 쉽게 투자될 영화는 아니라고 생각했다.”(CGV아트하우스에서 <코인로커걸>의 투자•배급을 맡았다.) 한준희 감독이 말한 “어둡고 처절한 이야기”란 “코인로커에 버려져 호적도 없이 살아온 친구(일영)가 어느 날 난생처음 ‘왜 살지?’ 하며 ‘왜’라는 질문을 하면서 변해가는 이야기”로 풀이할 수 있다. 탄탄하게 구축된 캐릭터와 시나리오는 상업영화로서 핸디캡이라 지적된 부분들- 가볍지 않은 주제에 누아르 장르의 쓸쓸한 정서가 짙게 드리운 두 여성 캐릭터가 주인공인 영화- 을 오히려 이 영화의 특별한 지점으로 돌려놓는다.

김혜수와 김고은 두 배우의 출연도 <코인로커걸>에 묵직하게 힘을 실어준다. 한준희 감독은 시나리오 단계에서부터 김고은은 대체 불가의 카드라 생각하며 글을 썼다. 김고은도 초고를 읽고 출연을 승낙했다고 한다. 김혜수 역시 마찬가지다. “엄마라는 인물은 절대적으로 당대를 풍미하는 여배우가 맡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김혜수 선배님을 만났을 때 ‘한국에는 그런 배우가 선배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하고 말씀드렸다.” 은교의 정반대 지점에 있다는, 차갑고 건조한 캐릭터를 연기하는 김고은과 지금껏 우리가 본 적 없는 “센” 캐릭터를 맡은 김혜수의 조합은 확실히 <코인로커걸>에 대한 기대감을 부풀린다. <파파로티> <백야행: 하얀 어둠 속을 걷다>의 이창재 촬영감독, <카트> <관능의 법칙>의 이목원 미술감독, <은교> <나의 독재자>의 송종희 분장감독, <해무> <도둑들>의 최세연 의상실장 등 스탭들의 면면도 화려하다.

<…ing> 소품팀으로 상업영화 현장을 처음 경험하고, 전주, 부천 등에서 영화제 일을 경험하고, <사이코메트리>의 시나리오를 쓰고, 단편 <시나리오 가이드> <담배를 물다>를 연출한 1984년생 한준희 감독은 <코인로커걸>로 데뷔하는 신인감독이다. “1만 신을 쓰면 데뷔할 수 있다”는 얘기를 굳게 믿고 글쓰기에만 전념했던 시간들을 통과해 “운 좋게 데뷔하게 됐다”는 그의 장편 데뷔작은 4월에 공개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