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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있었던 필리핀 한인 납치사건 <개: dog eat dog>
윤혜지 2015-02-18

“해외여행 가서 왜 한국 사람한테 납치를 당해요?” 형신(김선빈)은 짐짓 모르는 척, 터키에 간 동생 준교(정준교)가 한국인에게 납치됐다며 당혹스러워하는 준식(김지수)에게 묻는다. 영화의 부제 ‘dog eat dog’는 ‘동족상잔’이라는 의미의 관용구다. 필리핀에서 이미 ‘한 건’ 저지르고 도피 중인 형신과 지훈(곽민호), 두진(박형준) 일당은 외국에서 한국인 여행객을 납치해 돈을 뜯어낸다. 그 뒤에도 피해자의 수치스러운 동영상을 가지고 다니며 피해자 가족을 지속적으로 괴롭히는 악질들이다.

실제 있었던 필리핀 한인 납치사건을 바탕으로 했다. 지난 2007년 환전소 직원을 살해하고 필리핀으로 도주한 범인 일당이 한국인 여행객을 타깃으로 4년간 19건의 납치 및 강도 행각을 벌인 사건이다. 영화는 사건 자체보다 사건 이후 이어지는 범인 일당의 치졸한 행각을 다룬다. 일반적인 저예산영화의 규모로는 다소 이례적이게도 터키 로케이션까지 감행했지만 로케이션이 꼭 필요했는지는 의문이다. 파묵칼레를 슬쩍 보여준 것 외에 터키 장면은 모두 실내 촬영이다. 다수의 인물을 극에 엮어넣기 위해서인 듯하지만 각 인물이 엉켜든 관계도 작위적이다. 그러나 두 감독은 소규모 예산으로 할 수 있는 한에서 피해자 가족이 겪는 고통을 충실히 담는 데 성공한다. 무대에서 잔뼈가 굵은 배우들의 연기로 앞서 열거한 작은 단점들을 상쇄한 공이 크다. 공동감독 황욱, 박민우는 각각 <누구나 제 명에 죽고 싶다>의 연출부와 제작부에 있었고 동아방송예술대학교에서 함께 연출을 공부한 십년지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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