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풍에 걸려 움직이는 건 물론 말도 하지 못하고 휠체어에서만 지내는 안나 페트로브나 할머니(리야 넬스카야). 요양원에서 혼자 외롭게 살고 있던 그녀 앞에 어느 날 갑자기 자식들이 나타나 아무 설명 없이 그녀를 3년 만에 집으로 데리고 간다. 안나는 영문도 모른 채 여기저기 옮겨다니며 가족의 호들갑스러운 환영을 받고, 그렇게 누군가의 방문을 기다린다. 그녀의 가족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일까. 안나의 과거에는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
알렉세이 고를로프 감독이 카자흐스탄에서 만든 <엄마의 유산>은 시작부터 “이 작품은 죄악에 관한 이야기”라고 못을 박는다. 하지만 이 말이 없어도 영화의 주제를 이해하는 건 어렵지 않다. 감독이 처음부터 끝까지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반복해서 들려주기 때문이다. 즉 돈 몇푼 때문에 인간의 도리를 어겨선 안 된다는 것. 물론 좋은 말이지만 영화가 시작한 지 10분만에 알 수 있는 이야기를 남은 65분 동안 듣고 또 듣는 것은 꽤 지루하고 힘든 일이다.
영화를 특히 밋밋하게 만드는 건 전형적인 캐릭터 묘사와 상투적인 음악 사용이다. 감독은 영화의 대부분을 숏 하나로 구성하는 롱테이크 기법을 통해 스타일에 방점을 찍으려고 했지만, 이기적인 불효자의 전형만을 그대로 따라 연기하는 배우들과 특정 순간마다 자동적으로 흐르는 구슬픈 음악은 나름의 야심찬 시도마저 민망하게 만든다. 결국 관객은 영화의 주제를 강제로 되새기면서 (쉽게 예상할 수 있는) 결말이 빨리 등장하길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