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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믿는 진실을 보여주고 싶다
안현진(LA 통신원) 2015-02-12

<폭스캐처> 베넷 밀러 감독

<폭스캐처>

-<폭스캐처>는 <머니볼>에 이어 실존 인물과 스포츠를 다룬다. 연출작 중에서는 스포츠를 소재로 한 두 번째 영화인데, 야구와 레슬링은 무척 다르다. 레슬링이라는 스포츠가, 당신이 이 이야기에 관심을 가지게 했나.

=이 이야기를 통해서 레슬링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사실이다. 레슬링은 야구와 매우 다르다.팀 스포츠도 아니며 명성이나 부를 가져다주지도 못하는데, 노동계급 사람들은 레슬링에 열광한다. 일종의 하위문화인데, 그걸 이해하는 게 쉽지 않았다. 경기를 보고 있으면 원시적인 느낌마저 든다. 그래서인지 레슬링 선수도 응원하는 사람들도 서로에게 단단히 결속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순한 경기라기보다는 어떤 가치가 기반이 된 종목 같다.

-영화의 시작이 한 낯선 이에게 건네받은 기사였다고 들었다.

=뉴욕의 한 상점에서 모르는 사람이 내게 스크랩된 신문기사가 든 봉투를 들고 다가왔다. 내가 흥미를 가질 만한 이야기라고, 영화로 만들고 싶을 거라고 말했다. 당시엔 그 말을 진지하게 듣지 않았다. 그러고는 그 봉투에 대해 까맣게 잊고 있다가 어느 날 열어서 읽기 시작했다. 기사의 첫 단락을 읽자마자 이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영화가 완성되는 데 7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왜 그렇게 오래 걸렸다고 생각하나.

=간단하다. 돈을 구할 수 없었다. 투자자를 구하기 어려운 이야기였다.

-7년 동안 뭘 하며 기다렸나.

=계속 연구했다. 아주 면밀히 이야기를 관찰하고는 잠시 미뤄두기로 결정했다. 그러고는 <머니볼>을 만들었다. <폭스캐처>에 대해서는 생각지 않고 있었는데, <머니볼>을 만드는 도중에 존 듀폰(스티브 카렐이 연기한 역할)이 죽었다.

-실화를 영화화하기는 했지만 창작된 부분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부분에서 창의력을 발휘했는지 궁금하다.

=모든 것은 실제로 일어난 일에 기반했다. 물론 영화를 만들려면 상상력을 써야만 한다. 그렇지만 나는 ‘진실’에 가까운 이야기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이야기도 그렇고, 캐릭터들도 마찬가지다. 내가 진실이라고 믿는 것과 다른 이야기를 꾸며내지는 않았다. 다만 어쩔 수 없이 손댄 것이 있다면 타임라인이다. 실제로는 더 긴 시간에 걸쳐 일어난 일들을, 영화에서는 압축해서 보여줘야 했다.

-이 영화는 개입하려 하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많은 장면들에서 카메라는 멀찍이 떨어져 관찰하고 있다.

=운동선수들에 대해 이렇다고 이야기하고 싶지 않았다. 그들의 일상을 조심스럽게 관찰하는 것으로 그것을 대신하고 싶었다. 왜냐하면 운동선수들의 세계는 절대로 단순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경험해볼 수도 없다. 그러니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존 듀폰 역으로 스티브 카렐을 캐스팅한 것은 의외였다.

=스티브 카렐은 매우 훌륭한 연기자다. 하지만 그를 캐스팅한 이유는, 존 듀폰을 연기하는 그를상상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스티브는 코미디 연기로 유명해졌고, 이전에 이같은 역할을 연기한 적이 단 한번도 없었다. 듀폰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도 마찬가지였다. 누구도 듀폰이 그런 일을 저지를 수 있다고 생각지 못했다. 예상 밖의 일을 저지른 인물을 연기하려면 그 역할로 상상할 수 없는 사람이 적임자라고 생각했다.

-마크 러팔로와 채닝 테이텀에 대해서도 말해달라.

=마크 러팔로는 훌륭한 연기자다. 하지만 데이브 슐츠 역에 캐스팅한 또 다른 이유는 그가 훌륭한, 아주 훌륭한 레슬러이기 때문이다. 그는 레슬링 선수 출신이다. 채닝 테이텀은 8년 전에 <가이드 투 렉커그나이징 유어 세인츠>(A Guide to Recognizing Your Saints)를 보고 마크 슐츠 역에 딱이라고 생각했다. 그때는 채닝이 유명하지 않았을 때다.

-<카포티> <머니볼> <폭스캐처> 모두 실화에 바탕을 둔 영화다. 이런 종류의 이야기에 특별히 관심이 많은가.

=그렇다. 나는 실화를 좋아한다. 조사할 수 있어서 좋다. 그리고 그 이야기가 아직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다면 더더욱 좋다. 아직 사람들이 모르는 이야기가 있다면, 반복해서 조사해서 내가 보여주고 싶은 이야기와 앵글을 찾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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