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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달수] 한번도 소모된 적 없는 배우

<조선명탐정: 사라진 놉의 딸> 오달수

오달수의 시계는 바쁘다. 무수한 크레딧을 장식하는 그 수많은 ‘오달수들’ 사이에서 그는 어떻게 자신의 개성을 잃지 않고 스타일을 지켜나갈 수 있을까. 오달수는 그렇게 많이 ‘소모되면서도’ 한번도 ‘소모된 적 없는’ 유일한 배우다. “배우들은 각자의 스타일이 있는데, 나는 그 인물로 가는 게 아니라 그 인물을 내게로 데려오는 스타일이다.” 1990년 연희패거리단 입단 이후 벌써 25년. 연기로 잔뼈가 굵은 오달수의 연기 비법이다. 셜록 홈스 옆의 왓슨처럼 탐정 김민(김명민)의 행동을 이유 있게 해주는 껌딱지 같은 캐릭터 서필. 각자 따로 행동했던 전편과 달리 이번엔 김민과 거의 행동을 같이하는 찰떡 커플이다. 1편과 달라서도 안 되고 그렇다고 똑같으면 금세 외면당할 수밖에 없는 캐릭터. <조선명탐정> 시리즈는 오달수의 내공이 진짜 발휘된 매우 까다로운 도전이었다.

누적관객 1억명 배우

<국제시장>을 비롯해 <변호인> <도둑들> <7번방의 선물> 등의 흥행작 뒤엔 배우 오달수가 있었다. 동원 관객수가 누적관객 1억명, 수치상으로 한국영화 배우 중 최초 기록이다. “그건 뭐… 나는 특별한 재주가 없어서 그냥 늘 하던 대로 한다. 그런데 희한하게 나에게 시나리오 주는 감독님들이 독특하다. 작품 속에서 그런 역할을 하다 보니 내가 여기까지 온 거지….” 면전에 대고 치사를 하면 대한민국 영화배우 중 가장 난색을 표하는 배우가 오달수다. 역시 ‘내가 뭐 잘났다고’라는 대답을 만들어내느라 연신 식은땀이다. “연기를 25년간 했는데 그동안 포기하지 않고 온 것은 스스로 좀 대견스럽다. 처음 연극 <오구>를 할 때 ‘문상객1’을 하는데 공연 내내 ‘쓰리 고’ 대사 한마디 하면서 그냥 앉아 있었다. 그 시간 동안 연기를 해야지 하는 욕심보다 연기를 할 생각 자체를 아예 지우는 연습을 많이 한 것 같다. 그냥 자연스럽게, 물 흐르듯이 그렇게 하는 연기를 익혀나갔다.”

코믹의 달인

“<해적: 바다로 간 산적>을 보면 떼로 몰려나와 웃기는데, 우리는 단둘이 나와서 그걸 해야 하니까. (웃음)” 그래서 만담같이 리듬을 타는 주고받는 대사에 집중했다. 김명민은 “혼자 해선 턱도 없다. 받아줄 사람이 있으니까 나도 맘 놓고 들어가는 거지. 진지하지만 코믹한 형만의 호흡이 있다”라며 오달수의 탄탄한 뒷받침에 감사한다. 말 그대로 그는, 김민이 잘난 척할 수 있게, 맘대로 허당 캐릭터를 발전시킬 수 있게 옆에서 흥을 북돋아주고, 판을 깔아주는 둘도 없는 조력자다. 평소와 달리 슛 들어가면 180도 돌변, 코믹한 서필 그대로의 모습이 나오는 통에 곁에서 지켜본 사람들을 놀라게 하는 배우. 오달수에게 1편에서 이미 만들어놓은 서필은 아무런 계산 없이 들어갈 수 있는 캐릭터였다. “그래서 혹시 만만하게 보게 될까봐 두렵더라. 만만하게 연기하는 순간 식상해지는 건 시간문제다.” 쉬운 게 오히려 어려움이 된 조건. 무리하지도, 과장하지도 않는 오달수의 자연스러운 연기 패턴이 이 매너리즘을 극복해줄 무기가 됐다.

2015년의 오달수

지금은 최동훈 감독의 <암살> 막바지 촬영 중. 류승완 감독의 <베테랑> 개봉도 앞두고 있다. <조선명탐정: 사라진 놉의 딸>을 시작으로 오달수의 2015년은 여전히 바쁘다. <연기의 제왕>(가제)이라는 영화도 들어갈 예정인데, 가난하게 살아가는 삼류 연극배우의 삶을 스크린에 옮긴다. 박찬욱 감독의 조연출 출신인 석민호 감독의 작품으로, <올드보이> 현장에서부터 아이디어를 나누고 꼭 같이 하자고 했는데, 정말 시나리오가 나왔다. 감독과 툭 터놓고 이야기를 나눈 만큼 연극 생활 중 겪는 오달수의 고단함이 상당 부분 반영된 작품이다. “시나리오를 보면 단숨에 읽히는 작품들이 있다. 그런 작품은 크게 고민하지 않고 한다. 최근에 시나리오를 읽는데, 보던 뉴스를 꺼버린 적이 있다. 뉴스가 자극적인 시절에 뉴스를 끄게 만든 거면 정말 재밌는 작품이다. 아마 그 작품도 하게 될 것 같다.” 한국영화 속 다양한 캐릭터에 점을 찍어나가는 배우 오달수. 그에게 탐나는 영역이 있을까? “착한 사람이 이렇게까지 변할 수 있나, 이런 변신을 하는 모습도 보여주고 싶은데. <구타유발자들>(2006) 때부터 원신연 감독이 약조만 하고 아직 연락이 없다. 오매불망 기다린다고 꼭 전해달라.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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