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먼파워’는 예견된 일이었다. 지난해 여름 북미 극장가 성적표는 지나치게 초라했다. 전통적으로 여름 시장에서 꾸준히 관객몰이를 하던 남자주인공 중심의 액션영화들이 부진했던 탓이다. 상대적으로 여성영화의 선전이 눈에 띄었다. 안젤리나 졸리가 주연한 <말레피센트>는 전세계 수익 7억5780만달러를 벌어들이며 2014년 월드와이드 박스오피스 리스트에서 3위를 기록했다. 16위를 지킨 스칼렛 요한슨의 <루시>는 4억5890만달러를 모았다. 리즈 위더스푼이 제작하고 장 마크 발레가 연출한 <와일드>(2014년 12월3일 북미 개봉)는 위더스푼의 재기작이라고까지 평가받으며 그녀가 오스카 여우주연상의 유력한 후보가 될 수 있도록 밀어주었다. 여세를 몰아 2015년에도 할리우드에선 여성주인공을 내세운 영화들이 활발히 제작을 논의 중이다. 리즈 위더스푼이 이번엔 토드 헤인즈와 손을 잡는다. 토드 헤인즈는 지난해 가을부터 1950년대 미국의 팝가수 페기 리를 주인공으로 하는 영화를 연출하겠다고 말해왔다. 장 마크 발레도 또다시 여성주인공 영화를 연출할 계획이다. 이번엔 최초의 여성 록스타 재니스 조플린의 전기영화다. 조플린 역으로는 에이미 애덤스가 낙점됐다. <더 퀸> <셰리> <필로미나의 기적> 등을 연출한 스티븐 프리어스의 다음 주인공은 역사상 최악의 소프라노로 불리는 플로렌스 포스터 젠킨스다. 메릴 스트립이 노래는 못해도 집안이 부유한 덕에 성악가가 되어 마음껏 노래를 불러온 이 독특한 가수를 연기한다. 할리우드의 여성제작자 메건 앨리슨과 앤 캐리는 <20세기 여자들>을 만든다. 한 소년의 일생에 큰 영향을 끼친 세 여자의 드라마로 마이크 밀스가 연출한다. 최근 <버라이어티>를 통해 할리우드에서 여성감독의 수가 지속적으로 줄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주연배우만 여성인 영화에 그치지 않는 진짜 여성영화의 약진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