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영국, 화가 터너(티모시 스폴)는 독특한 화풍과 재능으로 명성을 쌓았지만 여전히 자신이 원하는 풍경을 찾아 유럽을 떠돌아다닌다. 아버지(폴 제슨)가 세상을 떠나자 터너는 집안일을 돌봐주던 한나(도로시 앳킨슨)와의 애매한 관계를 내버려둔 채 여행 중에 만난 소피아(마리온 베일리)와 사랑에 빠진다.
화가들의 이야기는 영화감독들의 끊임없는 매혹의 대상임에 분명하다. <비밀과 거짓말>과 <세상의 모든 계절> 등으로 잘 알려진 감독 마이크 리를 사로잡은 화가는 풍경화가 윌리엄 터너다. <미스터 터너>는 1851년에 세상을 떠난 터너의 마지막 25년을 담고 있다. 빛과 풍경에 각별한 애정을 가진 터너였던 만큼 영화에서 눈에 띄는 것은 아름다운 풍경을 담은 화면들이다. 영화의 몇몇 장면들은 터너의 그림을 떼어다 옮겨놓은 듯 황홀하다. 마이크 리는 터너가 화폭에 담아낸 풍경들을 현재에 다시 찾아내어 영화적으로 재현해낸다. 특히 터너가 예인선에 의해 끌려가는 테메레르호를 바라보는 장면은 그의 그림(<전함 테메레르>(1838))을 거꾸로 불러오며 터너가 매혹되었을 ‘풍경의 순간’을 다시 경험할 수 있도록 만들어준다(이 그림은 <007 스카이폴>에서 제임스 본드가 Q를 만나는 장면에서 인용되기도 했다). 거의 알려진 바 없는 터너의 개인적인 삶을 무리하게 넘겨짚어 ‘드라마’를 만들지 않은 것도 영화의 장점이다. 때문에 이야기만 따라가는 관객에겐 다소 긴 상영시간이 부담일지도 모르겠다. 터너 역의 티모시 스폴에게 지난해 칸국제영화제는 남우주연상을 안겨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