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리에 실린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 기사를 보면서 민수 옵뽜(왜 그래, 20세기에는 반항의 아이콘이었어)는 점점 민수 거사가 되어간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연말 MBC 연기상 수상을 거부하며 ‘한 매너’ 하셨다. 옵뽜는 누구에게나 중요한 사람이고 싶어 하고 그런 까닭에 항상 좀 과잉돼 있는 편이지만 그래도 그 눈빛만큼은 늘 맑다는 걸 새삼 떠올린다. 뒤늦게 공개된 거부 소감도 꽤 정돈된 내용이었다. 다음날 KBS 시상식에서는 박영규 형부(왜 그래, 20세기를 대표하는 국민사위였어)가 카메라를 당겨 잡으며 세월호 유족들에게 힘을 보탰다.
세월호를 넘어서기 힘든 새해가 밝았다. 멈춰 있거나 심지어 많은 부분에서 퇴행하고 있는 우리 사회에서 그나마 유일한 진화의 흔적을 찾자면 ‘딴따라들’의 소신 발언이 아닐까. 그것도 즉흥적이거나 인기영합적인 것이 아니라 고심하고 다듬은 티가 나는. 그들은 대중의 관심과 사랑으로 산다지만 익히 알다시피 대중의 관심과 사랑은 변덕스럽고 때론 악의적이기도 하다. 그래서일까. 상투적이지 않은 상식적인 발언 하나하나가 더욱 소중하다. 최재성씨의 수상 소감 중 “요즘 같을 때 일할 수 있어 감사하다”는 말도 울림이 컸다.
지난해에는 엉겁결에 견디었다면 올해는 작정하고 견디어볼 참이다. 오빠들을 다시보기하느라 들어간 유튜브에서 대통령 신년사 동영상도 본의 아니게 보았다. 나라 걱정은 배우들이 하고 연기는 이분이 하시는 것 같았다. “산을 만나면 길을 내고 물을 만나면 다리를 놓는다”는 옛말을 갖다 쓰며 국민 모두의 ‘불굴의 의지’를 강조하셨다. 우린 이미 ‘불굴의 의지’로 당신을 견디고 있거늘. 억지로 길 내고 다리 놓는 것은 새마을운동으로 끝났어요. 그 뒤로는 그게 다 ‘적폐’의 온상이랍니다. 그냥 산을 만나면 돌아가고 물을 만나면 쉬어갈 테요. 이웃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