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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니 분의 노련함이 돋보인다 <슈퍼처방전>

의학저널 사진작가로 일하는 로망(대니 분)은 결벽증에 건강염려증으로 외로운 생활을 하고 있다. 그의 유일한 친구이자 주치의인 드미트리(카드 므라드)는 로망이 안쓰럽지만 어떤 방법으로도 나아지지 않는 로망의 신경쇠약 증상에 지쳐간다. 그러던 어느 날, 드미트리를 따라 정치 망명자들을 돕는 의료 캠프에 봉사를 나간 로망은 우연히 체르기스탄의 혁명 지도자 안톤과 신분이 뒤바뀌게 된다. 자신에게 한눈에 반한 드미트리의 동생 안나(엘리스 폴)를 놓치기 싫은 욕심에 로망은 거짓 행세를 이어가고 사태는 커져간다.

할리우드 방식의 자극적 코미디에 익숙한 관객에게 <슈퍼처방전>은 심심하게 느껴질 만한 코미디이지만, 프랑스 코미디에는 웃기 힘들다라는 편견을 내려놓는다면 꽤 유쾌한 영화다. 병균이 옮을까 두려워 사람들과의 접촉을 피하고, 있지도 않은 병들을 걱정하며 약들 속에서 평온을 찾는 로망이 ‘터프’한 반군 혁명 지도자 행세를 해야 한다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웃음의 핵심이었겠지만, 의외로 웃음을 주는 건 ‘건강염려증’ 환자 로망의 일상을 묘사한 장면들이다. 이때 작은 순간들의 웃음에 강약을 조절해주는 것은 순간적 재치나 대사의 익살스러움이 아니라 코미디영화의 연출자이자 배우로 경력을 쌓아온 대니 분의 몸과 머리에 배어 있는 노련함이다. 하지만 병균들을 두려워하던 로망이 ‘불법 이민자’ 안톤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의 웃음 뒤로 어른거리는 프랑스 내 이민자들의 심각한 문제는 이 영화가 감당하기엔 너무 어두운 주제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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