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환경이 성숙한 사회에서는 앰부시(Ambush) 인터뷰(공식적으로 만나지 못하는 인물의 말을 듣기 위해 그가 다니는 길목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돌발적으로 질문하는 인터뷰)가 정당한 취재 방식의 하나로 인식된다. 인터뷰이도 이를 무시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마이클 무어 감독이 곧잘 쓰는 방식이다. 한국에서는 이게 잘 통하지 않아서 이상한 사람으로 취급되거나 무시당하기 일쑤다. <쿼바디스>의 김재환 감독은 대형 교회 목사들을 만나기 위해 앰부시했으나 번번이 녹취를 따는 데 실패했다. 그래서 대역배우와 가상 상황을 노골적으로 다큐에 삽입하는 형식을 도입했다. 마이클 무어 감독을 본뜬 ‘마이클 모어’(이종윤)가 한국을 찾아 취재하고, 직접 만나지 못한 인물을 대신해 배우 안석환을 등장시킨 다음 <뉴스타파> 최승호 PD와 <GO발뉴스> 이상호 기자 등을 우정출연시켜 따져묻는 식이다. 그러고는 실제 취재된 내용과 융합해 한국 대형 교회들의 폐부를 비춘다.
<쿼바디스>는 3천억원이 넘게 들어간 사랑의 교회 건설 현장에서 출발한다. 여기서부터 순복음교회 조용기 목사의 130억원대 배임 사건, 전병욱 목사의 신도 성추행 의혹을 거쳐 ‘전두환을 위한 기도회’, ‘이명박 대통령 만들기 설교’에 이르기까지 교회들이 돈과 권력에 복무한 현장을 두루 찾아간다. 교회가 일제에 타협하면서 권세를 유지해나간 행태는 한국 수구세력의 그것과 겹치며, 자금을 모아 대규모 교회 건물을 짓고 신도를 끌어들인 다음 채무를 충당하는 방식은 한국 토건 자본주의의 축소판임을 보여준다. 특히 신도시가 건설될 때마다 무분별하게 초대형 교회 건물을 지었다가 신도가 모이지 않자 부도가 나고 경매에 넘어가는 꼴은 우리 사회에 저당잡힌 깡통 부동산과 다를 바 없음을 드러낸다.
감독의 전작 <트루맛쇼>가 지상파 방송을 넋놓고 보는 시청자를 안타까워하고, <MB의 추억>이 이명박 대통령을 뽑은 뒤 5년 동안 후회한 유권자들에게 성찰을 제안했듯, <쿼바디스>는 각종 비리와 세습을 저지르는 목사들을 믿고 따르는 신도들에게 물음표를 던진다. 다만 대역배우를 등장시켜 우스꽝스러운 상황을 설정한 이번 형식 같은 것들이, 이 영화의 지지자들끼리만 손쉽게 공감대를 나누고 마는 차원을 넘어서 정작 성찰이 필요한 이들에게 성찰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을지는, <쿼바디스>뿐 아니라 사회 참여 다큐를 제작하는 작가들이 가장 골똘히 고민할 문제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