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Movie > 무비가이드 > 씨네21 리뷰
스릴러로 포장된 연속극 <울언니>

동생 연서(하은)가 지방에서 공부하는 동안 언니 진서(황금희)는 서울에서 모기업 회장의 첩살이를 한다. 두 자매는 오랜만에 서울에서 만나기로 하지만 연서가 도착하기 직전 언니는 갑작스럽게 추락사한다. 진서의 근황을 조사한 김 형사(오광록)는 자살로 수사를 마무리하는 반면 연서는 언니의 죽음을 의문사라고 여긴다. 연서가 언니의 사건을 파헤쳐 나가는 과정에서 숨겨졌던 비밀들이 하나씩 드러난다.

줄거리만으론 곧바로 스릴러의 익숙한 이미지가 떠오를 것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제락 감독의 데뷔작 <울언니>는 스릴러로 포장된 연속극에 가깝다. 한 가지 에피소드만 살펴보자. 피는 못 속인다고 진서를 첩 삼았던 회장의 아들이 여섯 번째 새살림을 차리지만 회장은 외려 아들을 두둔한다. 며느리는 회장에게 줄 한약에 몰래 락스를 타는데, 회장은 한약을 삼키자마자 배를 움켜잡고 연신 과장되게 “아이고 배야, 아이고”를 외친다. 회심의 미소를 짓는 며느리가 카메라에 잡히면서 의미심장한 노래가 흐른다. 이처럼 <울언니>에는 막장 드라마의 각종 충격적인 소재와 클리셰가 심심찮게 등장한다. 만듦새 역시 만족감을 주지 못한다. 거친 촬영이나 과도한 음악 등은 제작 여건의 한계로 이해한다 할지라도 문제는 각본이다. 자극적인 사건들만을 찾다 보니 불필요하고 불편한 폭행 장면들로 가득하다. <김복남 살인 사건의 전말>로 주목받은 황금희나 주연배우로 변신한 오광록의 연기 역시 이러한 제약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관련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