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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뉴스] 동년의 두 영화인 영원히 잠들다
장영엽 2014-11-24

일본 배우 다카쿠라 겐과 미국 감독 마이크 니콜스 사망

10여일 차이로 세상을 떠난 두 영화인 다카쿠라 겐(왼쪽)과 마이크 니콜스(오른쪽) 감독.

올해 83살을 맞은 두 노장의 사망 소식이 전세계 영화팬들에게 상실감을 안겨주고 있다. 지난 11월10일 악성 림프종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난 일본 배우 다카쿠라 겐과 19일 심장마비로 사망한 미국 감독 마이크 니콜스가 그들이다. 다카쿠라 겐은 60, 70년대 야쿠자영화의 아이콘이자 ‘일본의 클린트 이스트우드’라고 불렸던 국민배우였으며, 마이크 니콜스는 <졸업>과 <클로저> 등을 통해 관계에 대한 예리한 성찰을 선보여왔던 감독이다.

다카쿠라 겐은 영화, 드라마 출연작만 200여편이 넘는 다작의 배우였다. 이시이 데루오 감독의 히트작 <아바시리 번외지>(1965)로 이름을 널리 알린 다카쿠라 겐의 트레이드 마크는 자신의 신념을 굽히지 않으며 가혹한 현실 앞에 무릎꿇지 않는 단단한 사내의 초상이었다. 그는 일본 배우의 할리우드 진출이 녹록지 않던 시절, 시드니 폴락의 <암흑가의 결투>, 리들리 스콧의 <블랙 레인> 등에 출연한 보기 드문 배우이기도 했다.

마이크 니콜스 감독은 토니상(7회), 에미상(2회), 아카데미상(1회)을 모두 석권한 다재다능한 ‘아티스트’였다. 50년대 후반 코미디 클럽과 브로드웨이와 TV를 종횡무진하는 코미디언이었던 니콜스는 이후 영화로 활동 무대를 옮겨왔음에도 연극이라는 자신의 기반을 잊지 않았다. 그에게 명성을 안겨준 <누가 버지니아 울프를 두려워하랴> <클로저> 등의 영화 또한 동명의 연극을 토대로 한 작품이었다. “니콜스는 언제나 냉소적인 관찰자였고 각색자였다”는 미국 평론가 A. O. 스콧의 말처럼, 그는 하나의 장르에 몰입하기보다 다양한 예술의 경계에 머물렀으며 어떤 경우에든 인간에 대한 탐구를 멈추지 않았다. 변함없는 모습이 매력적이던 배우와 유연함이 그 장점이던 감독. 각기 다른 방식으로 사랑받아왔던 두 영화인을 다시는 볼 수 없다는 사실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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