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처럼 전해져온 오슨 웰스의 미완성 영화 <바람의 저편>(1972)이 드디어 개봉일을 확정했다. 오슨 웰스 탄생 100주년인 2015년, 웰스의 생일인 5월6일에 완성본을 공개할 예정으로 마무리 작업에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바람의 저편>은 할리우드 스튜디오 시스템이 무너진 이후의 혼란한 할리우드의 모습을 담고 있으며 주인공인 영화감독 제이크 한나포드는 존 휴스턴이 연기했다. 한나포드는 괴팍한 성격의 한 영화감독과 작가 헤밍웨이를 모델로 만들었다고 하는데 웰스의 자전적 경험이 녹아 있는 작품으로 짐작된다. 그 밖에도 밥 랜덤, 피터 보그다노비치, 수잔 스트라스버그, 오야 코다 등이 출연했다.
<바람의 저편>은 웰스가 생전에 “<시민 케인>을 뛰어넘는 역작이 될 것”이라고 말하며 15년간 제작에 매달렸으나 결국 끝을 내지 못했던 비운의 작품이다. 1975년, 미국영화연구소(AFI)가 수여한 평생공로상을 수상하면서 웰스는 <바람의 저편>을 완성하기 위한 제작비 모금을 호소했다. 하나 그 시도가 실패로 돌아간 뒤 지금까지 <바람의 저편>은 쭉 미완성작으로 남아 있다. 지난 2000년, 게리 그레이버가 미국의 한 방송사의 도움을 받아 <바람의 저편>을 완성하려고 시도한 적이 있었다. 게리 그레이버는 <거짓과 진실>(1974), <오셀로 촬영기>(1978) 등 웰스의 후기 작품들을 주로 촬영한 촬영감독이자 웰스의 흔적을 모아 ‘오슨 웰스 필름 아카이브’를 설립한 웰스 전문가다. 하지만 그레이버 역시 필름 소유권 문제에 얽혀 <바람의 저편>을 완성하지는 못했다.
현재 <바람의 저편>은 당시 라인프로듀서였던 프랭크 마셜, 배우 겸 영화감독 피터 보그다노비치를 비롯한 웰스 말년의 동료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완성을 진행하고 있다. 마셜은 “보그다노비치와 함께 필름을 모아 편집에 착수할 예정이다. 우린 웰스의 노트도 가지고 있다. 다행인 건 더이상 기술적인 문제에 발목잡히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고, 보그다노비치도 “웰스의 노트와 스크립트, 그리고 그가 남긴 것들을 이용해 완성에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리고 이들은 11월5일부터 시작된 아메리칸 필름 마켓(AFM)에서 제작지원금을 모으기 위한 프로모션을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