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영화’ 하면 떠오르는 특징이 있다. 요란스러운 춤과 노래, 긴 러닝타임, 종교와 문화적 가치관에 따른 암묵적인 제약들이다. 이러한 특징과 제약들은 인도영화만의 개성을 부여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보다 넓은 관객층을 공략하는 데 부정적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그런데 최근 이러한 한계를 뛰어넘은 이색적인 영화 한편이 등장했다. 바로 영화 <칵테일> 감독 호미 아다자이나가 연출한 작품으로 오는 10월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한국 관객을 만날 예정인 <파니를 찾아서>다.
<파니를 찾아서>는 인도 고아주에 위치한 가상의 마을 포코림을 배경으로 한다. 늙은 우체부 퍼디(나스루딘 샤)에게 한통의 편지가 반송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그 편지는 퍼디가 46년 전 결혼을 다짐하며 파니에게 보낸 연서였다. 평생 파니를 사랑한 퍼디는 자신이 거절당한 줄로만 알고 실의에 빠져 홀로 고독한 삶을 살아왔다. 그러나 그 편지가 정작 파니에게 전달된 적도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그는 그녀를 찾아 나서기로 결심한다. 결혼식에서 남편을 잃고 정절을 유지해온 과부와 그녀의 시어머니, 냉소적인 자동차 정비사, 변태 예술가가 퍼디의 여정에 동행한다.
실존하는지조차 모를 옛사랑을 찾아 떠난다는 이야기는 일견 짐 자무시 감독, 빌 머레이 주연의 영화 <브로큰 플라워>를 떠올리게 한다. 이 엉뚱한 여정에서 우리는 기존에 보아왔던 인도영화와는 전혀 다른 느낌을 받게 된다. <파니를 찾아서>에는 발리우드 특유의 춤과 노래 장면이 없다. 프랑스 출신 작곡가 마티아스 뒤플레시가 음악감독으로 참여한 이 영화에는 뮤지컬적인 넘버 대신 보사노바풍의 음악이 흐른다. 또한 과거 포르투갈령이었던 인도 휴양지 고아를 배경으로 해서인지 이색적인 인도의 모습이 담겨 있다. 그리고 익살스럽고 거침없는 풍자는 인도영화에 대한 선입견을 깰 만큼 영화에 재미를 더한다. 이처럼 <파니를 찾아서>는 전세계 관객에게 보편적으로 다가설 수 있는 인도영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