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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연석] 양심에 마음을 뺏기다
윤혜지 사진 오계옥 2014-09-29

<제보자> 유연석

유연석의 봄날이 시작됐다. 상반기 드라마 <응답하라 1994>(이하 <응사>)의 칠봉이를 연기하며 여성 시청자를 끙끙 앓게 만들었던 유연석이 ‘엄마’와 ‘아빠’가 되어 돌아왔다. 예능프로그램 <꽃보다 청춘>과 영화 <제보자>에서 각각 맡은 역할이다. <꽃보다 청춘>의 자연인 유연석은 마치 칠봉이에게 추진력과 꼼꼼함을 한 스푼씩 끼얹은 것 같다. 어물어물하면서도 애정이 뚝뚝 묻어나는 느린 말투며, 동료들에게 여행의 즐거움을 알려주고 싶다는 일념 하나로 닳도록 여행 책자를 들여다보는 진득함이며, 동료들의 양말을 손빨래해주는 다정함까지. “무척 사람을 잘 챙기고 세심한 친구다. 얼마 전 아프리카에 갔다 와서는 선물이라며 커피를 안겨주더라.” 유연석의 “오랜 롤모델”이자, <제보자>에 함께 출연한 박해일도 유연석의 다정함에 제대로 마음을 뺏긴 듯했다(박해일이 이 말을 할 때, 유연석은 만면에 미소를 띠고 박해일을 바라봤다).

“‘로망’을 이룬 셈이라 촬영 전부터 많이 설렜다. (웃음) 해일이 형이 연기에 대한 조언부터 배우로서 걸어야 할 길에 대해서까지 여러 가지로 도움을 줘서 대단히 행복한 시간이었다.” 상냥하고 밝은 투로 이야기했지만 <제보자>에서 유연석이 맡은 역할은 어둠에 둘러싸인 인물, 심민호다. 심민호는 윤민철(박해일) PD에게 이장환(이경영) 박사의 연구 조작 사실을 폭로하는 ‘제보자’다. 용기의 대가는 무거웠다. 엘리트 연구원이었던 심민호는 폭로 이후 커리어뿐만 아니라 아픈 딸을 함께 키우는 아내의 신뢰까지 잃는다. 시나리오를 쓴 이춘형 작가는 “유연석의 출연이 의외였다”고 했다. “<응사> 직후라 연석씨가 가장 핫할 시기였는데 굳이 어려운 캐릭터를 선택한 것이 의아했다. 그래도 덕분에 흥행에 도움이 될 것 같아 다행”이라고도 덧붙였다. 유연석은 이춘형 작가의 말이 더 의외인 듯했다. “배우의 입장에선 갭이 큰 캐릭터를 소화할 때 더 성취감을 느낀다. 준비하면서는 쉽지 않았지만 캐릭터도 캐릭터고, 개인적으로 무척 존경하는 분들과의 작업이었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참고할 캐릭터가 별로 없어” 배우가 만들어내야 하는 부분이 컸기에 유연석이 찾은 곳은 수의학과 연구실이었다. “연구원답게 줄기세포에 관해서도 공부를 많이 했고, 조작된 연구에 관해 학자로서 죄책감을 느끼는 부분도 이해하고 싶었다. 연구원들은 십년 넘게 배우로만 살아온 나와는 사고방식과 생활패턴이 무척 달랐다. 의복이든 뭐든 연구에 가장 편해야 했다. 개인적 삶보다도 연구가 먼저더라.” 아픈 딸을 둔 아버지로서 감내해야 하는 삶의 무게도 녹록지 않았다. “일단 딸 가진 아빠들을 집중해서 봤다. 해일이 형도 아기를 키우고 있고, 요즘 아기들 나오는 프로그램도 많지 않나. 투병 중인 어린이들에 관한 다큐멘터리도 참고했다.” 실제로도 아이들을 좋아한다는 유연석은 짧은 아프리카 여행을 다녀온 뒤 얼마 전 개인 사진전을 열고 사진집도 냈다. 아프리카 아이들의 해맑은 모습들을 포착한 사진전의 이름은 <아이>, 사진집의 제목은 <DREAM>이다.

배우를 꿈꾼 지 올해로 11년째. 유연석은 군입대 시절을 제외하고는 일년에 서너 작품씩 소화하며 쉼없이 달려왔다. <제보자> 개봉 뒤에도 영화 세편이 대기 중이다. 윤재구 감독의 <은밀한 유혹>과 이원석 감독의 <상의원>은 촬영을 마치고 후반작업 중이다. 지금까지 겉모습이 화려한 역할을 맡아본 적이 없던 유연석이라 <상의원>은 더욱 기대가 되는 작품이다. “왕 역할이어서 값을 매기기 힘들 정도로 좋은 의상들을 많이 입었다. 촬영 들어가면 모든 배우가 나를 중심으로 갈등을 빚고, 까마득한 선배님들까지 다 내 앞에 무릎 꿇고 있었다. 내가 또 언제 그런 역할을 할 수 있겠나. (웃음) 영광이었다.” 조규장 감독의 <그날의 분위기>는 하반기 크랭크인 예정이다. 지금까지 유연석은 언제나 “절반만 꿈을 이뤘다”고 말해왔다. 나머지 반의 꿈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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