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탄나코신 왕조의 초창기인 1782년 즈음, 병사 피막(마리오 마우러)은 홀로 고향에 두고 온 만삭의 아내를 생각하며 전쟁의 공포를 이겨내고 있다. 그의 곁에는 동고동락하며 끈끈한 정을 쌓은 네명의 동료들이 함께하는데, 전쟁이 끝나자 피막은 그들을 자신의 집으로 초대한다. 피막의 고향마을 프라카농에 도착한 친구들은 그의 아내 낙(다비카 후르네)을 소개받고 그녀의 치명적인 아름다움에 놀라게 된다. 한편, 마을에는 괴소문이 돌고 있다. 낙이 홀로 아이를 출산하다가 사망했다는 것이 소문의 정체로, 주막의 주모 프리엑 아주머니가 실수로 그 사실을 일행에게 발설하고 만다. 친구들이 쉽사리 소문의 진위를 가늠하지 못하는 사이, 공교롭게도 그 말을 내뱉은 주모가 사망한 채 발견되는 사건이 일어난다. 이제 그들 사이에 낙은 공포의 대상으로 떠오른다. 피막을 낙의 위험으로부터 구해내기 위해, 네 친구들은 이제 전쟁이 아닌 귀신과의 사투를 시작한다.
<피막>은 <셔터>(2004)와 <샴>(2007) 등의 작품을 통해, 타이산 공포영화의 정석을 보여줬던 반종 피산타나쿤 감독의 최신작이다. 팍품 웡품 감독과 공동 연출했던 기존의 작품들과 달리 이번 영화는 반종 피산타나쿤이 혼자서 메가폰을 잡았다. 시나리오는 타이의 민간전승 설화 ‘매낙 프라카농’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완성됐다. 전쟁터에 나간 남편을 기다리는 여인의 이야기가 주된 줄거리로, 피막이 아닌 여주인공 낙이 중심인 설화이다. 영화는 주인공을 피막으로 바꿔서, 공포의 원천이 된 귀신 사건을 그가 어떻게 극복하는지를 보여주는 데 초점을 맞춘다. 그 과정에서 주제인 화합과 화해를 통한 전쟁의 극복 메시지가 자연스럽게 관객에게 전해진다.
미장센에 있어 감독은 코미디 장르의 성격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코미디의 쟁점인 비교적 빠른 ‘속도’와 ‘상황극’의 패턴이 변주되면서 극 안에서 원활하게 이어진다. 또한 여주인공 중심의 멜로드라마 패턴도 이에 가미된다. 감정의 표현에서 수줍어하는 경향을 보이는 인물의 성격과, 그러한 캐릭터를 지닌 여주인공이 치욕적 상황으로 몰려 결국 남주인공에게 구원의 손길을 요청한다는 플롯의 전형성을 영화 <피막>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현대식으로 재구성된 이 전설이 내뿜는 쾌활하고도 아이러니한 에너지는 국적을 뛰어넘어 관객과 소통하는 데 성공한 듯이 보인다. <옹박> 시리즈를 제치고, <피막>은 아시아 관객에게 타이영화 최고의 흥행작으로 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