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GV 센텀시티, 롯데시네마 센텀시티까지 5분도 걸리지 않는다. 영화의 전당은 더 가깝다. 바로 위층에는 영화진흥위원회가 있다. 바로 동서대학교 임권택영화예술대학의 위치다. 영화의 도시 중에서도 심장부, 영화학교가 있을 수 있는 최적의 장소다. 그래서인지 방학인데도 캠퍼스는 뜨겁게 살아 있었다. 학생들은 각자의 연습실에서 연습을 하고 있었고, 교수진 또한 빡빡한 회의 일정을 소화하고 있었다. 지난 몇년간 국내에서 가장 꾸준하고 알차게 성장해온 영화학교의 면모가 엿보였다.
임권택 감독이 선택한 학교
캠퍼스에 들어섰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임권택영화박물관이었다. 임권택 감독이 기증하거나 임권택영화연구소가 국내외에서 수집한 1만여점의 문헌, 사진, 영상 등이 전시되어 있는 곳이다. 자신만을 대상으로 한 박물관이 설립될 수 있다는 것, 그것이 임권택 감독이 한국 영화계에서 가지는 위상이고, 임권택영화예술대학은 그런 그가 직접 선택한 학교다. 임권택 감독과 동서대학교의 인연은 2006년부터 시작됐다. 동서대학교, 부산영상위원회, 부산국제영화제가 함께 주최하는 아시아영화아카데미의 교장으로 임권택 감독이 위촉된 것. 2년 뒤, 동서대학교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던 임권택 감독은 석좌교수가 되기로 결심했고, 기존의 영화전공, 연극영화전공, 뮤지컬전공은 하나가 되어 임권택영화예술대학으로 거듭났다. 영화인의 이름을 딴 학교로는 국내 최초였다. 이후 학교는 발전을 거듭해왔다. 지난해에는 동서대학교 메인 캠퍼스를 벗어나 최고의 시설을 자랑하는 센텀캠퍼스로 이전했다. 2015학년도부터는 디지털콘텐츠학부와 통합하여 임권택영화영상예술대학으로 확장될 예정이다. 석좌교수실에는 임권택 감독이 수상한 트로피들이 진열되어 있다. 현재 그는 영화 일을 하며 얻은 전리품을 모두 임권택영화예술대학으로 옮겨둔 상태다. 단순히 이름만 걸어두는 것이 아니라 직접 교육과정에도 관여하겠다는 의지다. 바쁜 일정 속에서도 임권택 감독은 잊지 않고 학교를 방문하여 학생들과 소통하고, 특별 강연을 연다.
산학협력의 최전선
임권택영화예술대학이 센텀시티에 자리하게 된 것은 동서대학교가 교육부의 산업단지캠퍼스 조성사업 대상 학교로 선정된 덕분이다. 산업단지캠퍼스 조성사업은 산학협력을 강화하기 위하여 대학이 캠퍼스의 일부를 산업단지로 이전하는 사업으로, 임권택영화예술대학은 영화 및 공연예술 특성화를 위해 센텀캠퍼스를 설립했다. 실제로 30개 이상의 기업체가 영화/영상, 연기, 뮤지컬 부문에서 학생들에게 다양한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임권택영화예술대학은 부산국제영화제와도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 임권택 감독과 처음 연이 닿았던 아시아영화아카데미가 그것이다. 임권택영화예술대학은 매년 인턴 형식으로 학생들을 파견하고 있는데, 허우샤오시엔, 지아장커,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이창동 같은 세계적 감독들이 교장으로 취임한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학생들에게는 대단한 기회다. 이토록 다양한 경험의 통로가 마련되어 있는 것은 실습 위주의 교육을 표방하는 임권택영화예술대학의 커리큘럼과 맞닿아 있다. 특히 교육부가 발표한 대학특성화 사업에 동서대의 ‘국제적 산학협력을 통한 영상산업 도시 육성 사업단’이 동남권 사립대학 중 유일하게 지역전략 사업단으로 선정됐다.
실전처럼, 실습 또 실습
영화과 학생들은 2학년이 되면 매 학기 한편 이상의 단편영화를 제작해야 한다. 물론 제작비는 학교에서 전액 지원한다. 임권택영화예술대학만의 강점은 학생들에게 장편영화를 제작할 기회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지난 3년간 재학생들은 학교의 금전적 지원 아래 세편의 장편영화를 제작했고, 그중 두편인 <개똥이>와 <못>이 부산국제영화제 상영작으로 선정되는 쾌거를 이뤘다. 학생 작품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공식 상영된 것은 2005년 윤종빈 감독의 <용서받지 못한 자> 이후 처음이었다. 뮤지컬과 학생들은 <페임> <미스 사이공> 같은 대규모 브로드웨이 작품뿐만 아니라 창작뮤지컬까지 매년 다섯편씩 소화하며 실력을 연마한다. 그만큼 성과도 뛰어나다. 각종 대형뮤지컬 오디션에 전국 대학 단위로는 가장 많은 인원을 합격시키고 있으며,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 대학생 부문 시상식에서는 단골손님이다. 뮤지컬과 행정실에 각종 트로피가 즐비하게 늘어서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연기과는 스타니슬라프스키 연기론을 바탕으로 기본에 충실하면서도 다양한 상황에서 연기할 수 있는 인재를 길러내기 위한 커리큘럼을 갖추고 있다. 이 또한 실습 위주다. 학생들은 3학년이 되면 매 학기 워크숍을 통해 실전 감각을 익힌다. 4학년 때에는 유수의 극단과 영화사에서 활동하며 현장을 몸소 체험한다. 실습 위주의 교육이 가능한 것은 캠퍼스 내에 충분한 시설이 마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센텀캠퍼스의 최신 시설은 학교 건물 내에서 영화, 연극, 뮤지컬 제작의 전 과정을 소화할 수 있는 수준을 자랑한다.
학교 안에 모든 것이 다 있다
연기과와 뮤지컬과의 가장 큰 자랑거리는 1074명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의 소향뮤지컬시어터다. 3, 4학년 학생들은 이곳에서 워크숍을 하고, 졸업 공연을 한다. 연출, 기획, 음향, 조명, 무대미술, 분장까지 모든 분야를 도맡아 직접 큰 무대에 공연을 올림으로써 경험을 쌓는 것이다. 소극장인 소향실험극장과 여러 개의 연습실은 이를 위한 준비를 하는 데에 부족함이 없다. 프로젝트를 함께하는 학생들끼리 회의를 할 수 있도록 건물 곳곳에 브레인스토밍실이 마련되어 있는 것은 학교의 세심한 배려다. 영화과 장비실에는 레드원 카메라를 포함해 30여대 이상의 카메라가 비치되어 있다. 또한 후시녹음과 폴리 작업, 사운드 믹싱까지 가능한 음향실과 LUMOS 조명, 돌리 등의 장비를 갖춘 촬영조명실습실, 최신형 매킨토시로 배울 수 있는 편집교육실습실이 마련되어 있다. 아시아영화아카데미의 후반작업 장소로 이용될 정도의 시설이다. 소규모의 개인 작업실이 충분히 마련되어 있다는 점 또한 인상적이다. 음향편집, 영상편집, 모니터링 등의 과정에서 작업할 공간이 없다거나, 주변이 산만해서 집중을 하지 못하는 일은 없다.
충무로를 넘어 센텀시티로
캠퍼스를 안내하던 교직원은 임권택영화예술대학의 교육환경을 ‘한강 이남에서는 최고’라고 소개했지만 실제로는 서울에서 오는 학생 수도 증가하고 있다. 영화 도시 부산의 심장부에서 현업에 종사하는 사람들과 부대끼며 배울 수 있는 것은 임권택영화예술대학의 학생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영화인들이 자주 드나드는 곳이다 보니 다양한 마스터클래스도 준비되어 있다. 매 학기 내로라하는 전문인들이 6명씩 강연을 한다. 이렇게 학생들이 정신없이 경험을 쌓는 동안 교수진은 수시로 1:1 면담을 통해 제자들의 컨디션을 관리한다. 인사하는 모습만 봐도 사제간의 유대감이 돈독함을 알 수 있었다. 교직이수가 가능하다는 것 또한 임권택영화예술대학의 장점이다. 반드시 현장에서 뛰지 않아도 적성에 맞게 지도자가 될 수 있는 길이 마련되어 있다. 영화과 손현석 교수는 임권택영화예술대학을 통해 학생들이 부산 지역을 벗어나지 않고도 바로 현장에 투입될 수 있을 정도의 실력을 갖추게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목표는 훨씬 더 크다. 임권택영화예술대학은 부산과 대한민국을 넘어 아시아 최고의 영화학교로 발돋움하기 위해 노력하는 중이다. 지금과 같은 기세라면,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지도 모른다.
입시전형
동서대학교 임권택영화예술대학은 2015학년도 수시모집에서 총 161명의 신입생을 모집한다. 총 입학정원은 각각 디지털콘텐츠학부 100명, 영화과 40명, 뮤지컬과 30명, 연기과 30명이며 수시에서 입학정원의 70%에 가까운 인원을 뽑으니 수시모집을 놓쳐서는 안 된다. 기본적으로 영화과는 면접고사, 뮤지컬과와 연기과는 실기고사를 거쳐야 하나, 예외가 적용되는 전형이 있으므로 학생 개개인의 특성에 맞추어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좋다. 원서접수는 9월12일(금)에서 18일(목)까지. 실기고사는 10월에, 면접고사는 11월에 실시한다. 자세한 사항은 동서대학교 입학정보 홈페이지(http://uni.dongseo.ac.kr/ipsi/)를 참고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