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왕국>이 지브리의 숲까지 얼어붙게 했나. <이웃집 토토로> <모노노케 히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등 숱한 명작을 그린 재패니메이션의 자존심 스튜디오 지브리의 해체설이 업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현지매체 <라쿠텐우먼>은 스튜디오 관계자와 가진 인터뷰를 통해 “지브리가 앞으로 신작을 만들지 않고 저작권 관리만 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은퇴 이후 지브리 해체설은 꾸준히 제기되어왔는데 <바람이 분다>와 <가구야 공주 이야기>의 저조한 흥행으로 경영난에 시달려왔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지난 7월19일 개봉한 요네바야시 히로마사 감독의 신작 <추억의 마니>도 첫주 흥행 3위에 머물며 해체설에 힘을 싣고 있다. 창업 멤버이자 총괄프로듀서인 스즈키 도시오가 결단을 내렸다고 전해지는 가운데 아직까지는 과도한 추측 아니냐며 조심하는 분위기다.
현재 지브리쪽은 이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다만 최근 신작들의 아쉬운 성적과 지브리의 제작방식을 볼 때 지브리의 경영난이 심각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부천국제학생애니메이션페스티벌의 김성일 프로그래머는 “애니메이터를 직접 고용, 2D 극장판 애니메이션 제작을 고집해온 작업방식은 작가적으로는 존경받아 마땅하지만 제작비를 감당하기 쉽지 않은 측면이 있다”면서 그간 지브리가 받아온 압박이 적지 않다고 전했다. 더불어 “제작에서 완전히 손을 뗀다기보다는 차세대 주자가 자리잡을 때까지 잠시 쉬어가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한동안 직접 제작을 피하고 협업 방식을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는 견해를 밝혔다. 실제로 미야자키 하야오의 아들 미야자키 고로는 현재 폴리콘 픽처스와 함께 10월에 방송될 TV애니메이션 <산적의 딸 로냐>를 제작 중이다. 하지만 실제 해체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이와 같은 설이 나온다는 것만으로도 가히 충격이라 할 만하다. 최근 드림웍스의 대량 해고 소식과 함께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들의 겨울이 오고 있는 건 아닌지 걱정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