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목소리(크리스티안 루오다넨)가 언젠가 아버지(투르카 마스토마키)와 함께 밤하늘을 보던 날을 회상한다. 그날 부자는 커다란 나무 아래에 함께 앉아 있었다. 지금은 나무가 한 그루밖에 남지 않았지만 과거엔 일대가 거대한 숲이었다고 아버지는 이른다. 그렇게 자연을 담은 카메라의 시선과 더불어 남자의 음성이 핀란드의 고대 전설을 말하기 시작한다. 그에 따르면 바다의 신 뵈이네는 육지로 올라와 달과 별을 보면서 숲을 건설했다고 한다. 뵈이네는 엄지손가락만 한 요정 삼프사에게 지시를 내려 그때부터 산에는 전나무가, 언덕에는 소나무가, 계곡에는 떨기나무, 그리고 늪에는 자작나무가 자라나기 시작했다.
여타의 자연 다큐멘터리와 다르게 <숲의 전설>은 자연의 모습을 세밀하게 파헤치지 않는다. 대신 보이지 않는 지구의 정신을 담으려 애쓴다. 이 과정에서 두 감독의 범신론적 상상력이 돋보인다. 숲의 모든 활동은 요정의 영역이라거나, 죽음조차 자연의 일부라는 해석, 모두가 잠잠해질 무렵 자연은 비로소 성장한다는 내레이션의 속삭임에 쉽사리 수긍하게 된다. 영화 속 전설들이 일정한 패턴을 그리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카메라의 정밀한 눈과 엘프들의 이야기가 만날 때 신비한 경이로움이 느껴진다. 3명의 카메라맨이 8년간 담았다는 핀란드의 원시림은 그렇게 스크린에서 웅장하고 컬러풀하게 되살아난다. 심지어 회색의 올빼미가 날아오르는 장면에서는 신화 속 트롤을 보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다. 파누 알티오의 악곡들 역시 자연의 경이로움과 잘 어우러진다. 아주 새로운 영화는 아니더라도, 자연의 모습을 통해 지구의 신성함을 생각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