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집불통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일을 내도 단단히 냈다. 7월1일 아베 정부는 자위대 창설 60주년을 맞아 집단 자위권 행사를 허용한다는 내용을 발표했다. 이는 전쟁과 무력행사를 금지한 일본 헌법 제9조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일이라 상당한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일본 영화계는 즉각 아베 정부를 비판하고 나섰다. 다큐멘터리 <선거>를 만들었던 소다 가즈히로 감독은 자신의 트위터에 이번 일을 “열광 없는 파시즘”이라고 부르면서 “천천히, 눈에 띄지 않게 파시즘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한국영화 <마이웨이>에서 노다 역으로도 출연했던 배우 야마모토 다로 역시 자신의 트위터에 전투복과 전투모로 완전 무장한 아베 총리에게 축구심판이 레드 카드를 주는 패러디 사진을 리트윗하기도 했다. 이 밖에도 <박치기!>의 이즈쓰 가즈유키 감독, 개그맨 겸 배우 간닝 다케야마 등이 이번 조치에 대한 불편한 심정을 내비쳤다.
헌법 개정조차 없는 정부의 자의적 법 해석에 일본 문학계 인사들도 발끈하고 나섰다. 아베의 발표 직후 일본의 지성이자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소설가 오에 겐자부로는 자신이 참여하고 있는 시민단체 ‘전쟁을 허용하지 않는 1천명 위원회’의 기자회견장에서 아베를 “헌법에 대한 경외심을 갖고 있지 않은 드문 인간”이라며 매섭게 비판했다. 또한 오에 겐자부로는 “내각의 결정은 용서하더라도 새로운 법 정비를 통해 집단자위권을 실제로 행사하는 것은 절대로 용서할 수 없다. 오늘이 그 맹세의 날이다”라며 집단자위권 반대운동을 본격화할 것임을 분명히 시사했다. 일본 원전 반대 운동에도 나섰던 작가 오치아이 게이코도 “입헌주의의 숨통을 끊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동아시아의 전쟁 발발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는 와다 하루키 도쿄대 명예교수의 말이 예사로 들리지 않는다. 위험한 기류가 동아시아를 뒤덮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