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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제] 무지개 넘어 소통을

2014 서울 LGBT 영화제 6월4일부터 서울아트시네마/인디스페이스에서

2014 서울 LGBT 영화제 포스터.

이 영화제 소식이 들리면 곧 여름이 시작되는구나 싶다. 2014 서울 LGBT 영화제가 6월4일(수)부터 10일(화)까지 7일간 서울아트시네마와 인디스페이스에서 열린다. 레즈비언, 게이, 양성애자, 트랜스젠더의 알파벳 첫 글자를 조합한 단어를 이름으로 삼은 2014 서울 LGBT 영화제는 올해 13개국의 장편 18편, 단편 16편 등 총 34편의 작품을 준비 중이다. 개막작은 2013 칸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 감독상 수상작인 알랭 기로디의 <호수의 이방인>이다. ‘게이들이 서로를 탐색하는 호숫가를 배경으로 한 스릴러영화’라는 줄거리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불가해한 매력이 영화에 존재한다. 이번이 이 영화를 무삭제판으로 극장에서 볼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일지 모른다고 한다. ‘혐오보다 강한 사랑’이라는 기조 아래 소개되는 핫핑크 섹션에서는 동성애가 법적으로 금지된 카메룬에서 온 다큐멘터리 <본 디스 웨이>가 상영된다. 동성애자가 여전히 투쟁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담아내는 동시에 카메룬의 문화적 역동성과 다양한 색채를 통해 공간이 내포한 변화의 가능성을 함께 그려낸다.

레인보우 섹션은 소녀들의 사랑과 우정을 담은 <모스끼따와 마리> 같은 성장영화부터 거의 질식할 듯한 게이 정사 신을 묘사한 <너이길 원해>까지 다양한 영화가 상영된다. <너이길 원해>에서 클로즈업에 의해 분절되고 확대된 신체의 뒤섞임은 나인 듯 너를, 너인 듯 나를 탐하는 사랑의 속성에 대한 형상화이기도 하다. 때로는 적나라함보다 상징적인 표현이 더 큰 논쟁을 불러오는데, 그것이 <인 더 네임 오브>처럼 종교에 관한 것이라면 더욱 그렇다. 교구를 이끌며 청소년 센터를 운영하는 신부 아담은 험프티라는 소년에게 각별한 마음을 갖게 된다. 곱슬머리에 앙상한 몸을 가진 험프티는 어딘가 예수의 모습을 연상시키고 험프티와 대립하고 아담을 위험에 빠뜨리는 아드리안은 성경 속 악마와 겹치면서 상징적인 해석의 여지를 남긴다. 탄탄한 웰메이드 심리극을 보고 싶다면 <텔아비브의 여름>을 추천한다. 여자친구 노아와 동거 중인 언어학과 학생 부아즈는 미지의 남자로부터 지속적으로 러브레터를 받는다. 학위 취득 통지서에 대한 그의 기다림은 러브레터에 대한 은밀한 기다림으로 변질되고, 이 사건은 그에게 잊었던 전쟁의 기억을 되살린다.

<오픈 업 투미>는 미라트가 남성성을 버리고 여성성을 택한 이후의 삶을 그린 작품이다. 미라트는 우연히 심리치료사 행세를 하게 되면서 한 가정사에 깊이 말려든다. 미라트가 통과하는 사람들의 삶은 그녀의 과거를 비추는 거울이기도 하다. 주연배우 리아 클레모아의 강인하면서도 쓸쓸한 눈빛이 보는 이를 오래 붙잡아둔다. 여주인공이 매력적인 또 다른 영화는 폐막작 <비올렛>이다. 실존 인물 비올렛 르뒥의 삶을 바탕으로 한 이 작품은 평범하게 살던 여성이 자신의 삶의 경험을 기록하면서 변화해나가는 동시에 처절한 외로움에 시달리는 이야기다. 다큐멘터리 <나는 여신이다>는 자신의 원래 이름을 버리고 스스로를 여신이라고 이름붙인 사람, 과장된 화장에 거대한 몸을 흔드는 드랙퀸이자 영화배우인 디바인의 삶을 그린다. 그녀를 추모하는 형식을 지니고 있음에도 그가 남긴 유쾌한 유산이 화면 속에 고스란히 묻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