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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2년의 런던 <진저 앤 로사>

1945년, 히로시마에 핵폭탄이 떨어지던 바로 그해, 런던의 한 병원에서 동시에 태어난 진저(엘르 패닝)와 로사(앨리스 잉글러트)는 둘도 없는 단짝으로 성장한다. 하지만 미국과 소련의 냉전체제하에서 쿠바를 둘러싸고 핵전쟁의 공포가 극대화되어가는 가운데, 반전평화시위에 참가하며 사회 변화를 꿈꾸는 진저는 ‘심각함’보다 ‘사랑’이 더 중요하다고 여기는 로사가 잘 이해되지 않는다. 얼마 지나지 않아 로사의 사랑이 진저의 삶을 뒤흔들어놓기 시작하고, 둘의 우정은 점점 더 파국으로 치닫는다.

아니나 다를까, 여성감독의 작품이다. 이 영화를 연출한 샐리 포터는 우리에겐 <올란도>(1992)로 가장 잘 알려져 있을 터인데, <올란도>에 이어 <진저 앤 로사>에서도 여전히 여성감독 특유의 장점과 그로 인한 한계를 동시에 보여준다. 역시 무엇보다 돋보이는 것은 인물들의 섬세한 심리묘사와 이를 영화적으로 포착해내는 연출력일 것이다. 샐리 포터는 진저가 겪는 심적 변화와 갈등을 소녀의 얼굴로 한껏 다가간 클로즈업 화면들로 모자이크해낸다. 물론 이는 수많은 클로즈업을 금방이라도 눈물을 쏟아낼 듯한 얼굴로 끝까지 견뎌낸 엘르 패닝이 있어 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영화 스스로 1945년의 히로시마와 1962년의 냉전시기를 불러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지나치게 사적이고 감상적으로 접근한 때문인지 이야기가 집 밖으로 나오는 순간, 이제까지 인물들의 감정을 예민하게 다루었던 카메라가 다소 무뎌진다는 느낌은 지우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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