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월’을 뜻하는 <트랜센던스>는 문자 그대로 지금까지 밝혀진 인간의 능력을 아득히 넘어선 과학기술과 그로 인한 파국을 보여준다. 인공지능을 연구하는 윌(조니 뎁)과 에블린(레베카 홀) 부부는 원숭이의 뇌를 컴퓨터로 ‘다운로드’할 수 있을 정도의 기술을 개발한다. 그러나 인공지능 연구에 반대하는 급진적 테러단체가 과학자들을 살해하기 시작하고, 윌 역시 이들에게 목숨을 잃고 만다. 하지만 에블린은 윌이 죽기 전 그의 뇌 안에 있던 정보를 컴퓨터로 전부 옮겨버리고, 네트워크를 통해 전세계로 퍼진 윌의 존재는 세상을 바꿀 힘을 키우기 시작한다. 나노 기술을 사용해 물질은 물론 인간의 신체와 정신까지 마음대로 조종할 힘을 얻은 것이다.
크리스토퍼 놀란이 제작하고 <인셉션> <다크 나이트> 등에서 촬영을 맡았던 윌리 피스터가 연출한 <트랜센던스>는 인간의 능력을 넘어선 인공지능이란 흥미로운 소재로 거침없이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물론 다음 상황을 쉽게 예상하기 힘들 정도로 과감하게 밀어붙이는 상상력의 전개는 흥미롭지만 그에 걸맞은 개연성 있는 이야기를 만들지 못한 것은 이 영화의 결정적인 흠으로 남는다. 거의 전능에 가까운 힘을 가진 윌이 세운 비밀 계획과 이를 막으려는 사람들의 노력, 그리고 그 사이에서 갈등하는 에블린의 심리 변화를 모두 이해하며 재미를 느끼기에는 덜컹거리는 부분이 너무 많다. 특히 윌의 강력한 능력을 요란하게 전시하는 데만 급급해 뻔히 보이는 잘못된 선택을 반복한다. 기발한 상상력이 영화의 재미를 무조건 보장하지 않음을 잘 보여주는 좋은 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