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Magazine > 스페셜 > 스페셜2
두물머리에서 농사일도 돕고 다큐도 찍고
윤혜지 2014-05-08

<팔당 사람들> 고은진 감독

팔당유기농단지 농민투쟁을 다룬 다큐멘터리 <팔당 사람들>은, 제작 당시 푸른영상에 소속돼 있던 고은진 감독이 두물머리에 도착한 2010년 1월 이후부터 무려 4년의 시간을 들여 만들어졌다. “첫 번째 작품은 2년 안에 끝내는 게 공식이라고 선배들이 누누이 말했는데 그 두배의 시간을 초과해버렸다. 데뷔에 연연한 건 아닌데 기간이 길어지니까 점점 지쳤고, 제발 끝만 보자는 마음이었다.” 염원하던 “끝”을 보았는데도 고은진 감독은 쉬기는커녕 여전히 부천미디어센터에서 다큐멘터리를 교육하는 푸른영상 선배들을 돕고 있다.

푸른영상 소속 감독들은 2010년, 천주교 연대로부터 의뢰를 받고 자료 조사차 두물머리를 방문했다. 그 뒤 김준호 감독이 두물머리에 관해 다큐멘터리를 찍으려 했으나 <23x371일-용산 남일당 이야기>의 편집을 끝낸 지 얼마 되지 않은 터라 이 작업은 고은진 감독에게 오게 됐다. “처음 두세달은 분위기를 살피느라 현장에서 일이 생길 때만 카메라를 돌렸고 남는 시간엔 농사일을 도왔다. 낯선 여자애가 기웃거리니까 궁금하셨는지 아저씨들은 괜히 놀리거나 핀잔을 주셨다. 아주머니들이 남편 흉을 볼 때 얘기를 들어드리기도 하고 부부싸움을 할 때 중재하는 역할을 도맡기도 했다. (웃음)” 슬그머니 두물머리의 한 식구로 끼어들 수 있었던 건 고은진 감독이 “만만한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편안한 사람이라고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있는 듯 없는 듯 존재를 숨길 수 있는 건 다큐멘터리 감독으로서 큰 장점이라고 생각하는데 그게 비교적 자연스러웠던 것 같다.”

그렇다고 해서 현장까지 편한 것은 아니었다. “날씨가 중간이 없다. 강가라 비가 오면 막 퍼붓고 더우면 땡볕이다. 비닐하우스 안은 온도가 60도까지 올라가는데 들어가자마자 핑핑 돈다. 나중엔 요령이 생겨서 순식간에 카메라를 설치하고 치고 빠지기를 잘하게 됐다. (웃음)” 진짜 힘들었던 순간은 농민들이 두물머리를 떠나는 때였다. 50분짜리로 1차 편집이 완료됐던 2011년, 싸우던 11명의 농민 중 7명이 다시 떠나가고 두물머리엔 4명의 농민들만 남게 됐다. 다른 사람들의 귀농에 도움을 많이 줬던 노태환씨가 당시 편집 버전의 주인공이었는데 노태환씨도 그때 두물머리를 떠나버렸다. 고은진 감독이 “책임감과 죄책감”을 본격적으로 느끼기 시작한 것도 이 무렵이다. 끝내 남은 이들의 이야기까지 담아야 할 것 같아 촬영과 편집을 다시 시작했다. 2013년 3월에 이르러서야 촬영이 끝났고 부랴부랴 후반작업을 한 뒤 2013년 5월 제10회 서울환경영화제에서 <팔당 사람들>이 처음으로 공개됐다.

벌써 이런저런 아이템을 권유받고 있다며 고은진 감독은 한숨을 푹푹 쉰다. “두물머리에 계신 아저씨들도 아이디어를 마구 던져주신다. 사실, 최근에 단기 근로자들의 노동문제에 관심이 좀 생기긴 했다. 내가 아르떼 아카데미 예술강사로 소속돼 있는데 그곳의 고용 불안정에 관해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다. 일자리 창출사업의 하나라서 매해 새로운 사람을 뽑는데 그만큼 갑작스럽게 나가는 인원도 있으니까. <팔당 사람들> 찍으면서 20대도 휙 지나가버리고 다른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도 있는데… 아이, 잘 모르겠다. (웃음)”

관련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