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관객이 그러더라. 결국 가족과 친밀해지려다가 실패한 영화가 아니냐고. 전혀 그렇지 않다. 내게는 너무나 친밀하고 사랑스러운 영화다.” <친밀한 가족>은 8년째 뿔뿔이 흩어져 살고 있는 가족을 한자리에 불러 모으려 한 윤다희 감독의 시도를 담은 영화다. 신진 다큐멘터리 감독 지원 프로젝트인 2013 인디다큐 새 얼굴 찾기 ‘봄’에 선정돼 만들어졌고, 올해 열린 제14회 인디다큐페스티발 국내신작전을 통해 소개됐다.
출발은 학교 과제로 찍은 짧은 필름 무성영화였다. “어렸을 때 아버지와 연을 날리며 놀았던 기억을 재현해 필름으로 기록한 영화다. 막상 만들어보니 특별하게 느껴져 이 작업을 더 확장해보기로 했다.” 그 무렵 감독이 만난 영화가 가와세 나오미의 <달팽이: 나의 할머니>와 <따뜻한 포옹>이다. <친밀한 가족>을 만들 때 가장 큰 참고가 됐다. 비슷한 시기에 함께 본 <아버지의 이메일>과 <마이 플레이스>를 통해선 영화 안에 가족의 테마를 어떻게 끌어올 수 있을지를 고민했다. 34분이라는 애매한 상영시간에 관한 질문도 종종 받는다. 단편으로 줄일 수도, 장편으로 늘릴 수도 있었지만 <친밀한 가족>을 만든 23살 때 그가 꺼내놓을 수 있는 정도는 딱 여기까지라고 생각했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 청소년 쉼터에서 자란 윤다희 감독은 “줄곧 외로움을 느꼈고” 위안삼아 영화를 봤다. 하지만 원했던 대학 영화과 진학에는 실패했고, 그로 인해 무력해져 있을즈음 아버지와 연락이 닿았다. “좋은 딸”이 되고 싶어 공부도 영화도 다시 시작한 그는 서울시청소년미디어센터 스스로넷의 영화동아리에 들어갔다. 대단한 열정을 지닌 동아리 친구들은 예상치 못한 자극원이었고, 친구들과 나눈 일상적인 대화는 그를 종종 색다른 질문으로 이끌어갔다. “사람들이 자주 물었다. ‘너네 집 어디야?’ ‘용인이야.’ ‘자취방 말고 원래 집은?’ 나에겐 ‘원래 집’이라는 개념이 없었다. 이런 내 얘기를 영화로 만들기로 한 거다.” 스무살 무렵 암으로 세상을 떠난 친구에 대한 기억도 덧붙여졌다. 윤다희 감독의 단편에서 지속적으로 반복되는 ‘부재’라는 테마는 그렇게 비롯됐고, 이는 <친밀한 가족>으로 확대됐다.
“처음 찍을 땐 아버지와 대화가 잘되지 않아 촬영 분량을 다 버린 날도 있다. 내 딴에는 부족하다는 생각이 드니까 촬영에 자꾸 욕심이 났고, 아버지는 아버지대로 불편해하고 힘들어하셨다.” 윤다희 감독은 어머니의 기일을 핑계 삼아 이모를 찾아갔다. 막연하고 부진했던 촬영은 이모와의 만남으로 풀려나갔고, 이모가 어머니의 이야기를 해주는 부분은 가장 중요한 장면이 됐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 외가에 발길을 끊기도 했고 그리움에 빠져 산다는 느낌을 주고 싶지 않아” 영화에 넣지 않을 생각이었지만 애초에 어머니의 부재로부터 모든 사연이 시작됐기 때문에 그 이야기가 반드시 필요했다. “이모를 중심으로 편집의 틀을 잡았다. 영화를 아직 안 보신 아버지는 당신과의 대화가 영화의 전부인 줄 아실 텐데. (웃음)” 영화제가 끝난 뒤 윤다희 감독은 성남미디어센터에서 극장관리직을 맡아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졸업영화를 준비해야 하지만 “다큐멘터리의 매력”에 빠졌다며 겨울쯤 마무리할 생각으로 다큐멘터리 요소를 넣은 단편 극영화를 구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