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의 발단은 기후 변화였다. 봄이 되어도 점점 추워지기만 하는 드래곤 왕국에 문제가 생겼음을 감지한 켄은 아들 엘피와 함께 왕국을 구하기 위해 길을 나선다. 그리고 이 모든 사건이 오래전 얼음요새에 봉인되어 있던 ‘악의 화신’ 이골 칸이 드래곤 왕국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 꾸민 음모에서 비롯됐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스페인에서 <드래곤 힐> <매직 큐브>에 이어 ‘드래곤 이야기 3부작’의 마지막 이야기로 제작된 이 애니메이션은 ‘성장모험극’에 포함될 수 있는 거의 모든 요소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잊혀진 전설, 주인공의 각성, 모험을 위한 여정, 주인공을 돕는 수호신과 현자, 복수나 정복을 꿈꾸는 악당, 그리고 악당 곁에서 어딘가 모자란 듯 사고만 치는 부하에 이르기까지, 이 모든 것들이 예측 가능한 이야기 전개에 따라 큰 이변 없이 차례로 등장한다.
이러한 경우 연출자가 어디에 강조점을 두는가가 작품이 ‘경쟁우위’를 결정하는 데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는데, 신기하게도 이 애니메이션이 힘을 준 부분은 모험이 만들어내는 ‘스펙터클’이 아니라 인물들이 나누는 ‘대화’이다. 실제로 <드래곤 기사단>은 믿을 수 없이 많은 대사가 등장한다. 예술가를 꿈꾸는 켄이 어떻게 기사의 용맹함을 되찾는지, 혹은 악당 이골 칸이 왜 드래곤 왕국을 정복하려 드는지, 핵심에 놓인 이 모든 사연을 보여주기보다 들려준다. 실제로 몇몇 대사는 의외의 순간에 멈칫, 생각에 빠져들게 만든다. 애니메이션을 보러온 관객의 기대와는 전혀 무관하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