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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드루 가필드] 영웅의 복면 틈새로 인간이 보인다
정지혜 2014-04-28

<어메이징 스파이더맨2> 앤드루 가필드

“빅딜, 중대사건이었다.” <스파이더맨> 리부트의 새로운 주인공으로 자신이 낙점됐을 때 앤드루 가필드가 한 말이다. 그 자신뿐 아니라 다년간 토비 맥과이어의 스파이더맨에 흠뻑 빠져 있던 관객이나 토비의 공백을 메워야 한다는 부담을 잔뜩 짊어진 제작진 모두에게 프랜차이즈 블록버스터영화에 출연한 경험이 전무한 그와의 동행은 분명 새로운 도전이었을 것이다. 과연 그가 뿔테 안경을 쓴 괴짜, 스판덱스 소재의 올인원 스파이더맨 슈트를 입고 공중제비를 멋지게 돌 제2의 맥과이어로 거듭날 수 있을까에 대한 반신반의였다. 결과는 꽤 성공적이었다.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은 박스오피스 모조 기준으로 약 7억5200만달러의 흥행 성적을 기록하며 마블의 다른 히어로들에 비해 그간 다소 입지가 약했던 스파이더맨의 건재를 알렸다. 성공의 이유에는 전편과는 전혀 다른 스토리라인이 주는 신선함도 한몫했겠지만 무엇보다 앤드루 가필드라는 뉴 페이스의 투입이 이 모든 새로움에 생기를 불어넣었다고 해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엔터테인먼트적 성격이 강한 볼거리 영화에서 180cm의 훤칠한 키에 호리호리한 체구를 하고 뉴욕의 빌딩 숲을 사뿐사뿐 휘젓고 다니는 훈남 앤드루 가필드의 스윙은 토비 맥과이어와는 또 다른 볼거리를 안겨주기에 충분했다. 윗입술보다 조금 더 두툼한 아랫입술과 옆으로 길게 늘어지며 시원스럽게 웃는 입 모양새는 어딘지 짓궂으면서도 사랑스러운 ‘거미 인간’을 만들었다.

“영웅으로 불리기를 꺼리는 영웅, 자기확신보다는 의심으로 가득 찬 인물”이라고 스파이더맨 캐릭터를 분석한 앤드루 가필드는 느닷없이 스파이더맨이 된 십대 소년 피터 파커의 혼란까지도 무리 없이 표현해냈다. 그러고 보면 초조한 눈빛으로 주변을 경계하는 불안하고 위태로운 캐릭터 연기에는 그도 나름 재능을 보여온 바 있다. 인간의 목숨을 구할 목적으로 복제 인간이 됐지만 그런 자신에게도 영혼이라는 게 있는지를 고민하다 체념하는 <네버 렛미고>의 토미나 유년 시절에 죄를 짓고 복역한 뒤 사회에 나와 적응하려고 부단히 노력하는 청년의 불안감을 유감없이 표현했던 <보이A>의 잭만 봐도 그렇다. 완벽하고 듬직한 영웅과는 달리 어딘가 유약한 히어로를 만들어내는 데 자신의 소질을 발휘한 것이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로서 자신의 존재감을 여실히 드러낸 앤드루 가필드는 꽤 많은 할리우드영화와 스타들을 흠모하며 자란 ‘할리우드 키드’였다. 미국인 아버지와 영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3살 때 영국으로 이주한 이후 오히려 <인디아나 존스> <백 투 더 퓨처> <프린세스 브라이드>와 같은 할리우드 필름을 즐겨 봤고 로버트 드 니로, 대니얼 데이 루이스, 알 파치노와 같은 연기파 배우들을 흠모하며 자랐다. 수영과 체조를 해봤지만 딱히 흥미를 느끼지 못하던 17살 무렵 처음으로 연기자를 꿈꾼 그는 2005년 영국의 <채널4>의 틴에이저물인 <슈거 러시>로 데뷔한다. 인기 TV 드라마 <닥터 후> 시즌3에 출연한 뒤 그는 연기 인생의 원년이 된 작품을 만난다. 바로 2007년 출연작인 <보이A>. 그는 이 작품으로 영국의 아카데미상인 BAFTA의 남우주연상을 거머쥔다. 특히 함께 연기한 피터 뮬란으로부터 카메라 앞에서 진심을 드러내는 게 뭔지를 배웠고 그와 깊이 교감했음을 두고두고 언급했다. “그가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안도감이 생겼다. 그와의 호흡은 나 자신이 지금 어떤 연기를 하고 싶은지를 알 수 있게 해주는 단서가 됐다. <보이A>에서 내가 느꼈던 몰입의 감정을 이후의 작업들에서도 만들어내고 싶었다.” 연기의 맛을 경험한 뒤 그는 2010년 데이비드 핀처의 <소셜 네트워크>로 할리우드의 시선을 단숨에 잡아챘다. 주인공 마크 저커버그 역의 제시 아이젠버그보다도 왈도 세브린을 연기한 그가 여심을 쥐고 흔든 건 물론이고 이 작품으로 그는 골든글로브와 BAFTA의 남우조연상에 노미네이트되기까지 했다. 캐리 멀리건과 키라 나이틀리 사이에서 원톱 남자주인공으로서의 균형감을 유지한 <네버 렛미고>에 이어 그는 곧장 스파이더맨으로 ‘어메이징’하게 변신했다.

캐릭터 구축을 끝내고 본격적인 영웅담을 펼칠 <어메이징 스파이더맨2>에서 그는 스파이더맨이라는 아이덴티티를 보다 확실히 장착한 것 같다. 자신의 활동에 확신을 갖고 좀더 가볍고 호방하게 도심을 날아다닐 예정이다. 특히 스파이더맨의 팬이었다가 그의 적수가 되는 전기 엔지니어 맥스(제이미 폭스)의 등장이 스파이더맨 캐릭터에 어떤 변화를 불러올지가 관전 포인트이다. “스파이더맨은 나같이 마른 애들에게 희망을 줬다”며 <어메이징 스파이더맨2>의 프로모션 현장에서 그가 한 말을 조금 바꿔보면 ‘앤드루 가필드가 <스파이더맨> 시리즈에 새로운 희망을 줬다’라고도 말할 수 있지 않을까. 다만, 2016년 개봉예정인 시즌3까지 계약을 완료한 그의 시즌4 합류는 다소 부정적이다. “스파이더맨은 언제나 소년이어야 하는데 그쯤이면 내 나이가 서른다섯이다. 그건 좀 이상해 보이지 않겠나. (웃음)” 일단은 두고 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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