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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무엇이 생명을 살리는 일일까’ <신부의 아이들>
정지혜 2014-04-16

출생률 0%의 작은 섬에 부임한 보좌신부 파비앙(크리시미어 미키). 마을에서 콘돔을 파는 사내는 그에게 자신 때문에 생명이 죽어가고 있다며 고해성사를 한다. 신부는 출산율도 높이고 사내의 죄도 사할 묘책으로 콘돔에 구멍을 내 팔기로 한다. 이 은밀한 프로젝트로 섬의 출생률은 급상승하고 섬은 출산 관광객으로 북적인다. 하지만 주님의 뜻을 따르려는 파비앙의 선한 의도는 얼마 못 가 문제에 부닥친다. 원치 않은 임신을 한 소녀는 섬의 낙태금지법을 따르려는 남자친구의 부모에게 감금돼 다시는 아이를 낳을 수 없는 몸이 된다. 심지어 신부의 집 앞에 갓난아기가 버려지기에 이른다. 생명을 위해 시작한 일이 오히려 생명을 위협하고 경시하는 상황으로 번지자 파비앙은 혼란스럽기만 하다.

신부와 콘돔. 쉽게 연결되지 않는 두 단어를 조합시킨 <신부의 아이들>의 발상은 엉뚱하고 신선하다. 콘돔에 구멍을 내는 단순 무식한 방법을 진지한 신부님이 실행하는 데서 오는 엇박자가 극을 산뜻하게 만들며 초반 관객의 시선을 붙잡는다. 탄탄하고 재미난 설정 덕에 ‘과연 무엇이 생명을 살리는 일일까’와 같은 묵직한 질문도 어렵지 않게 녹아들며 피임과 낙태, 인종차별과 편견, 부패한 가톨릭 사회의 단면들도 촘촘히 압축해놓았다. 좋은 의도가 나쁜 결과로 이어지면서 믿음의 딜레마를 겪는 파비앙이나 존경의 대상인 본당 신부가 “인간은 불완전”하다며 잘못을 고백할 때, 욕망 앞에서 작아지는 인간의 모습이 보인다. 연극적으로 보이는 마을 사람들의 표정과 행동, 단순 반복적으로 쓰이는 아코디언 멜로디 등도 크로아티아산 블랙코미디의 분위기를 완성하는 데 일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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