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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대한 착각과 망상 <가시>

여자고등학교에서 체육을 가르치는 준기(장혁)는 학교에서 가장 인기 많은 선생님이다. 이제 갓 부임한 준기는 당돌한 아이들의 행동에 놀라곤 한다. 짓궂기로 유명한 한 아이는 수영 강습시간에 인공호흡법을 알려주는 준기의 목을 끌어당겨 입맞춤을 한다. 구경하던 아이들은 당황하는 준기의 모습에 깔깔거리며 즐거워한다. 준기는 아이들이 도가 지나친 장난을 해도 적당히 받아넘기며 교사와 제자의 거리를 지킨다. 그런 준기지만 다른 아이들과 차원이 다른 영은(조보아)의 적극적인 질문에는 말문이 막힌다. 영은은 스스로 겁이 없는 아이라며 준기를 도발한다. 폭우가 쏟아지던 어느 날 방과 후, 우연히 영은과 준기만 텅 빈 학교에 남게 된다. 영은에게 끌리는 본능적인 욕망을 가까스로 다스리던 준기는 잠시 이성을 잃고 영은의 유혹에 넘어간다. 갑작스러운 정전은 이성이 잠시 정지된 준기의 상태를 암시한다. 준기는 순찰을 돌던 경비원의 발소리에 정신을 차리지만, 이 일을 빌미로 영은은 준기를 옥죄기 시작한다.

사랑에 대해 착각하고 있는 영은의 망상은 준기의 삶을 위협한다. 이 대목부터 <가시>는 낯익은 스릴러물이 된다. 가장의 한순간 실수로 가정이 위태로워지다 결국 가족이 합심하여 침입자를 몰아내는 공식이 떠오른다. <가시>는 어느 정도 이 공식을 따르는 듯 보이나 보다 근원적인 문제를 지적한다. 문제의 핵심은 책임감이 강해 보이나 실은 나약한 인간 준기 자신이다. 그는 모든 여자들의 로망이지만 주체적으로 판단하고 결정하지 못하는 인물이다. 신혼집도 교직도 잘사는 처가 덕에 마련한 그는 아내인 서연(선우선)과 태어날 아이를 위한 것이라고 변명한다. 결혼도 직업도 등 떠밀려 선택한 우유부단한 남자 준기는 이야기의 중심에 있지만 갈등의 원인일 뿐, 정작 사건은 그를 둘러싼 두 여자에 의해 진행된다. 영은은 아내와 엄마의 자리를 욕망하고, 서연은 결사적으로 영은을 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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