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제목이 <조난자>가 아니라 <조난자들>이라는 것이 힌트다.” 왼쪽부터 남동철 프로그래머, 노영석 감독, 오태경 배우, 이화정 기자.
지난 2월27일 CGV대학로 무비꼴라쥬관에서 <조난자들>의 시네마톡이 열렸다. 지난 2009년 데뷔작 <낮술>로 국내외 영화계의 주목을 받았던 노영석 감독의 신작으로, 강원도 곳곳을 여행하던 전작과 달리 이번 영화는 고립된 펜션에서 벌어지는 의문의 살인사건을 담고 있다. <조난자들>이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공개되어 화제가 된 데다가, 노 감독의 신작을 기다려온 <낮술>의 팬들도 많아 관객석이 가득 찼다.
이날의 시네마톡은 남동철 프로그래머의 호평으로 시작했다. “관객으로 하여금 영화가 끝날 때까지 궁금증을 놓지 않게 하는 영화다. 서스펜스에 대해 가르칠 기회가 있다면 이 영화를 교재로 삼고 싶다.” 진행을 맡은 이화정 기자는 노 감독에게 “이러한 사건을 구상하게 된 계기가 있는지”를 물으며 대화를 이끌어나갔다. “학수(오태경)와 만나 펜션으로 가기까지의 과정은 실제로 겪었던 일을 토대로 했다. 펜션에 묵으면서 그 사람에 대해서 생각하다보니 어떤 인물인지 궁금해졌다. 그 궁금증을 가진 채 앉은자리에서 시나리오의 절반을 써내려갔다. 내가 경험했던 인물이 워낙에 독특했기에 관객에게 간접체험을 제공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이 영화의 서스펜스는 ‘학수라는 사람은 누구인가’라는 질문에서 시작한다. 학수를 연기한 오태경 배우도 이날의 시네마톡에 참석했는데 이 기자는 오태경을 학수 역에 캐스팅한 것이 “신의 한수”였다고 표현했다. 노 감독은 “오태경씨가 오래전에 했던 인터뷰에서 ‘빨리 30대가 되고 싶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이 사람의 30대가 궁금했기에 꼭 한번 만나보고 싶어” 캐스팅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남 프로그래머가 “실제 인물과 영화 속 학수가 얼마나 비슷한지” 궁금해하자 오태경은 “그렇게 비교할 것이 아니라 학수와 나를 놓고 비교해야 한다”라며 “감독님이 그 사람과의 만남에서 어떤 대화가 오갔는지만 얘기해주고, 그의 말투나 특징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평소 나의 말투를 그대로 사용하며 정말 편하게 연기”했다고 답했다.
영화에서 주인공이 펜션에 고립하게 된 것은 눈이 많이 내렸기 때문이다. 한 관객은 노 감독에게 “관객에게 눈을 통해 어떤 이미지를 표현하고 싶었는지” 물었다. “첫눈이 내리면 동심으로 돌아가기도 하고 누군가에게 전화하고 싶어진다. 우선은 아름다운 이미지다. 그런데 그 눈이 과하다보면 자연이 주는 공포감이 생기잖나. 아름답지만 공포스러울 수도 있는 그런 긴장감을 주고 싶었다.” 하지만 노 감독은 “다시는 겨울영화를 찍고 싶지 않다”며 겨울 촬영의 고충에 대해 털어놓기도 했다.
이날 노 감독은 관객 앞에서 “관객 1만명당 1명씩 추첨해 영화에 나오는 강원도 횡성의 펜션으로 조난 컨셉의 MT를 가겠다”는 독특한 공약을 발표했다. 이에 오태경 배우는 “횡성한우 육회와 뱀술 세트까지 제공하겠다”라고 덧붙였다. 관객의 환호성 속에서 이날의 시네마톡은 막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