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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건 진실이 아니라 진실이 있다고 믿는 것 <찌라시: 위험한 소문>
송경원 2014-02-26

아는 것이 힘이다. 아니, ‘얼마나 빨리 아는가’가 힘이다. 현대사회가 정보전이라면 정보전의 핵심은 속도에 있다. 남들보다 빠르게 아는 만큼 남들보다 앞설 수 있다(고 믿는다). 그렇다면 정보를 가장 먼저 얻는 방법은 무엇일까. 현장에 빨리 도착하는 것? 무수한 취재원을 확보하는 것? 틀렸다. 정보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여기서 함정은 질문 그 자체다. ‘정보를 얻는다’는 대전제가 사고를 틀 안에 가둔다. <찌라시: 위험한 소문>은 이 맹점을 파고들어 이야기를 풀어가는 영화다. 찌라시의 희생양이 된 주인공은 도대체 ‘누가’ 이런 거짓말을 뿌렸는지 추적해간다. 방법은 단순하다. ‘누가’가 아니라 ‘왜’ 이런 정보를 뿌렸을까를 생각할 때마다 막힌 길은 열린다. 영화는 이 단순한 퍼즐을 순서대로 늘어놓고 성실히 조립해나간다.

여배우 미진(고원희)과 밑바닥에서부터 함께한 열혈 매니저 우곤(김강우)은 이제 막 성공 가도를 달리기 직전이다. 하지만 증권가 사설 정보지 ‘찌라시’에 미진과 국회의원과의 스캔들이 터지고 근거 없는 소문은 결국 미진을 자살로 내몬다. 모든 것을 잃은 우곤은 원흉인 찌라시 최초 유포자를 찾아나선다. 수소문 끝에 찌라시 유통업자인 박 사장(정진영)을 만나 본격적으로 찌라시의 세계에 발을 들인 우곤은 미진의 죽음이 단순히 연예계 가십이 아니라 좀 더 큰 밑그림 아래 기획된 것임을 깨닫는다.

찌라시의 제작, 유통과정을 알려주는 전반부는 흥미롭다. 정보가 모이고 조작되고 활용되는 과정을 보여주고 싶어 매니저와 희생양이 된 스타 이야기를 끼워넣은 느낌이 들 정도다. 여기에 전직 기자 출신의 유통업자 박 사장, 불법도청 전문가 백문(고창석), 살벌한 해결사 차성주(박성웅) 등 그럴듯한 인물들을 더해 기대를 안긴다. 문제는 후반부다. 음모와 비밀이 아직 감춰져 있을 때는 살아 있던 인물들이 결말에 다가갈수록 평면적이고 기능적인 인물로 전락한다. 때문에 우곤이 그토록 범인을 잡고 싶어 하는, 박 사장이 우곤을 돕는, 미진이 희생양으로 선택된 이유가 제시되긴 하되 설득에는 이르지 못한다. 대신 얽히고설킨 인물관계를 통해 음모를 풀어가는 과정에 집중하는데 그 리듬감은 나쁘지 않다. 다만 준비한 퍼즐 곳곳에 구멍이 뚫려 있어 다 풀어놓고 보면 심심하다. 차라리 엉뚱한 맥락에서 불쑥 튀어나오는 어설픈 유머가 더 인상 깊다. (찌라시 속 정보처럼) 중요한 건 진실이 아니라 진실이 있다고 믿는 것. 전반부는 그 믿음으로 끌고 가지만 막상 드러난 실체가 상투적이라 그 뒤 찾아오는 허망함을 달래기엔 모자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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